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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적산가옥(敵産家屋). 적이 만든 집이라는 뜻으로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소유했던 주택을 말한다. 그때 지어진 적산가옥은 30만 채 정도로 서울은 물론 부산, 대구 등 대도시와 인천·목포·여수·군산·포항 등 항구 지역의 일본인 집단 거주촌에 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해방 당시 서울 인구가 75만 명이었는데, 적산가옥이 3만8000채라는 기록이 있으니 적지 않은 숫자였다. 서울에는 관공서가 몰려 있던 종로·중구의 도심과 서촌 일대, 일본군 주둔지였던 용산구 청파동·용문동·후암동에 많았다.

해방 직후 상당수 적산가옥이 불타거나 부서졌지만, 미 군정이 실시되면서 특별 관리 대상이 됐다. 서울 장충동·신당동·약수동·청파동에는 일본 회사 중역들이 살았던 대지 661㎡(200평), 건평 330㎡(100평)가 넘는 호화 주택도 많았는데, 군정청 직원들 관사로 이용되기도 했다.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는 귀속재산법을 제정, 적산가옥을 국유화한 뒤 일반에 불하하기 시작했는데, 논란이 계속 이어졌다. 불법 점유 등으로 인한 소유권 분쟁이 끊이지 않았고, 경찰서에는 이 문제를 전담하는 순경들이 배치되기도 했다.

패망 후 적산가옥을 버리고 일본으로 돌아갔던 일본인 가운데 일부는 소유권을 되찾으려는 시도를 했다. 한·일 수교 이전에는 일본 정부에서 “한국 정부가 몰수한 일본인 자산에 대한 청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맺으면서 일본은 적산 재산에 대한 청구권을 완전히 포기했다.

적산가옥은 일제 강점을 입증하는 부정적 유산(negative heritage)으로 인식된다. 치욕적인 역사를 상징하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고, 실제로 도시 개발과 함께 많이 사라졌다. 반면, 어두운 역사도 기억하자는 ‘다크 투어리즘’ 등의 영향으로 시대의 증거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도 새롭게 제기된다.

손혜원 의원 인척과 측근들이 목포 구도심에서 사들여 논란이 되고 있는 부동산은 대부분 적산가옥이라고 한다. 손 의원은 적산가옥이 근대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보고 보존을 주장하고 있다. 손 의원의 돌아가신 부친은 독립운동을 했다는데, 손 의원이 일제 잔재인 적산가옥에 애착을 갖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항일은 항일이고, 문화재는 문화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