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감賞 김가량

엄마 안녕 나야 가량이. 담임선생님께서 이런 공모전이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부끄러워서 표현하지 못했던 진심을 전해보려 해.

우리 참 힘들게 살았다 그치? 세상에 안 힘든 사람 없고 사연 없는 사람 없다지만 우리는 정말 힘들었잖아. 남들 일회용 기저귀 갈 때 우리는 천 기저귀 빨아 써가면서, 어린 우리 오빠랑 나 맡겨놓을 곳도 없어서 집 앞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살고 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니고 겨우겨우 버텨가면서, 그렇게 살았잖아. 엄마.

무책임하고 철없는 아빠 대신해서 우리 책임지고 키워보려고 했었잖아. 여자 혼자 연년생 둘 키우는 게 쉬운 일도 아닌데 엄마 참 용감했네. 결국 상황이 안 맞아서 엄마랑 떨어져서 산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 너무 힘들었어. 항상 뭔가가 모자랐거든.

나 다섯 살 그 어린 나이에도 반찬 투정 한번 안 했고 남들 다 가진 장난감 사달라고 징징댄 적도 없어. 새 옷 새 신발 새 물건 가지고 싶었어도 물려 입는 거에 대해 싫은 소리 한번 안 했어. 항상 불쌍해 보여야 동정을 받고 지원이 조금이라도 더 들어오니까 자존심 내세워서 자랑한 적도 없어. 학교에서 소풍 갈 때도 도시락 이거 싸달라 저거 싸달라 한 적도 없어. 힘들어서 화장실 안에서 진짜 많이 울었어. 나도 만화 속 여주인공처럼 침대에 엎드려 울고 싶었는데 침대는 무슨, 내 방도 없는데. 혼자 있을 공간이 화장실밖에 없었어. 알 수 없는 우울함이 나를 집어삼켜서 초등학생인 그 어린 나이에 죽고 싶다고 정말 많이 생각했어. 기억도 안 나는 엄마를 찾으면서 엄마를 기억해보려 애쓰면서 정말 많이 울었어. 그래도 엄마 나는 괜찮아. 지금 내 옆에 엄마가 있잖아.

나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세 보였고 강해 보였어. 근데 엄마는 사실 세상 누구보다 여리고 약한 사람이잖아. 나 이제 많이 컸어. 이제 감히 엄마의 속을 헤아릴 정도로 컸어. 고생했다고 안아줄게. 다음 생에는 내가 엄마 할 테니까 엄마가 딸 해. 내가 못 해주고 상처 준 만큼 엄마도 나한테 다 갚아. 평생 사랑해.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