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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코디役 김서형

처음엔 못할것 같아 울며 거절
이정도 해냈다는 게 나도 대견

캐릭터 100% 이해 어려워서
상상력 덧붙여 의상·헤어 구축
‘김서형은 다르다’평 듣고싶어

“제 머리 꼭대기에 있는 여자였어요.”

배우 김서형(사진)은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SKY캐슬’에서 자신이 연기한 김주영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극 중 입시 코디네이터로 등장해 성적과 입시를 볼모로 수험생과 그들의 부모를 쥐락펴락하던 ‘마성의 힘’을 가진 김주영은 김서형에게도 버거운 상대였다. 그래서 처음 출연 제안을 받고 대본은 읽은 뒤 두어 차례 고사했다.

“소속사 식구들한테 ‘이거 하면 많이 아플 거 같다. 정신과 상담도 받아야 할 거다. 너희를 괴롭히며 한풀이할 거다’라고 말했죠. 소화하기 너무 힘든 캐릭터여서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못 하겠다’며 두 번이나 울면서 얘기했어요. 그런데 소속사 대표님이 ‘내 촉을 믿어보라’며 저를 설득했죠. 지금은 그 촉을 믿길 잘한 것 같아요.(웃음) 김주영이라는 인물을 이 정도 해냈다는 것에서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김주영은 김서형에게 ‘고통’이었다. 자신의 가정은 파탄났으며 또 다른 누군가를 파멸로 내몰고 손가락질받는 인물인데, 그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하지만 시놉시스 상으로는 김서형조차 김주영을 100%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상상력을 덧대 이 캐릭터를 구축해갔다. 외형부터 변화를 줬다. 올 블랙(all black) 의상을 입고 머리카락 한 올 남기지 않고 쓸어 올려 질끈 묶었다. 말투도 다듬었다. 그렇게 탄생한 유행어가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와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다.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연기하는 기분이었어요. 답답했죠. 게다가 한껏 잡아당긴 ‘올백’ 헤어스타일 때문에 옆에서 툭 쳐도 화가 날 정도로 머리가 아팠어요. 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 쉬는 시간에 눕거나 기대지도 못했죠. 게다가 김주영은 어떤 상황에도 도무지 흔들리지 않는 생소한 캐릭터였어요. 제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 여자였죠. 그래도 우선 그 사람이 되기 위해 적절한 의상부터 고르고 걸음걸이도 바꿨어요. 걸을 때 핸드백을 흔들지 않는 것도 설정이었죠. 실생활에서 흔히 쓰는 대사가 아니라 어려웠지만, 그동안 사극 ‘기황후’, ‘자이언트’ 등 시대극에 출연했던 덕분에 무사히 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주영은 악인일까? 그 역시 이 사회가 낳은 피해자가 아닐까? 드라마가 거듭되며 김주영이 악인이라 불리고 견디기 힘들 만큼 감정이 고조되자 김서형은 소속사 대표에게 “나 악역인 거 알고 시켰니?”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서서히 김주영의 감정에 동화돼갔다. 그리고 어느덧 시청자들도 김주영에게 연민을 느끼기 시작했다. 김서형이 대중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다. ‘SKY캐슬’을 끝낸 그에게 가장 대중친화적인 콘텐츠인 CF 출연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이제야 김주영을 내려놓은 김서형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것 같다”는 격려에 “늘 전성기 아니었나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잠시 숨겨 놓았던 미소를 꺼냈다.

“‘아내의 유혹’ 이후 악역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었어요. 적어도 ‘김서형이 하면 다르다’는 말을 듣고 싶었죠. 이 캐릭터를 제게 맡긴 건 저를 과대평가하신 거예요. 그래도 그 고마운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죠. ‘아내의 유혹’ 이후 10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뻐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