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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제주도에 가면 언제 어디에서든 제주 허씨를 만난다. 본관이 제주인 허씨도 실재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제주 허씨는 렌터카를 이용하는 외지인이다. 말하자면 자신만의 스케줄로 제주도 곳곳을 찾아다니는 자유 관광객이다. 2012년 나온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제주편’에서 처음 등장한 표현이다. 렌터카 번호판이 ‘허’로 시작하는 데서 착안했는데, 요즘은 하·호씨도 가세했다. 1970년대 말 30대에 불과했던 제주 렌터카는 2010년 1만3903대, 2017년엔 3만2053대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2025년엔 5만 대를 넘어선다.
2017년 제주도를 찾은 내국인은 1352만 명으로 전년보다 10.3% 늘었다. 이들이 선택하는 교통수단은 렌터카가 62.5%로 압도적이다. 관광버스·택시·대중교통은 각각 8∼10% 정도다. 연간 800만 명이 넘는 제주 허씨들이 섬을 휘젓고 다니다 보니 골칫거리도 쌓인다. 교통체증과 주차전쟁이다. 성산이나 애월 등 외지인이 많이 찾는 명소 주변은 주말이면 긴 차량 행렬이 일상이다. 제주 시내 교통혼잡도 덩달아 가중된다. 제주 전체 등록 차량 중 렌터카 비중은 8.7%지만, 도로점유율은 70%에 달한다고 한다. 출퇴근에 주로 쓰는 승용차와 달리 하루 종일 관광지를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제주도가 고육책을 동원했다. 인위적인 렌터카 감축에 나선 것이다. 용역 의뢰 결과 적정 운행 대수는 2만5000대. 이를 초과한 7000여 대를 오는 6월 말까지 줄이기로 한 것이다. 100대 이하 보유사는 그대로 두되, 2001대 이상은 30%를 감축하는 식으로 규모별 12단계의 차등 감축 비율을 적용했다. 그러자 시행 전 신규 등록 및 증차 신청이 폭주하면서 렌터카 수가 외려 늘었고, 다음엔 감축 의무를 피해가려는 소형 업체 인수 바람이 불었다. 시장의 반격이다. 5400대에 이르는 제주도 택시도 과잉이란 평가를 받아 진작 감축을 장려해왔는데, 개인택시의 경우 감차 보상금이 1억 원을 헤아린다. 보상금 한 푼 없이 줄여야 하는 렌터카 업계에선 불만이 나온다.
등록차량 대다수를 차지하는 자가용을 두고 렌터카만 줄이면 성수기에 공급 부족은 불가피하다. 그러면 값이 오르고, 제주를 찾는 허씨들도 줄어들게 마련이다. 바야흐로 탈것의 고정관념이 완전히 바뀌는 모빌리티 시대에 1차원적 접근은 더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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