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항서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이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기자회견 도중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 박항서 베트남축구 감독 귀국

3개월 넘게 선수들과 동고동락
아시안컵 8강 진출 ‘유종의 미’

“3월 韓과 평가전 승리보다 경험
베트남 정부 고위인사 만나면
항상 유소년 집중 육성 건의
어머니 뵙고 편안히 쉬고싶어”

박항서(60)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돌아왔다.

박 감독은 29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박 감독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베트남을 8강으로 이끌었다. 역대 최고 성적. 2017년 10월 베트남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박 감독은 지난해 1월 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 지난달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동아시안컵) 우승에 이어 이번에도 ‘박항서 매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의 영웅으로 자리 잡았고 국내에서도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박 감독은 “2019년의 시작이 좋다”며 “지난해 조국 대한민국 국민께서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셔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고, 올 한 해도 최선을 다해 국민께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카타르의 아시안컵 8강전에 앞서 베트남이 8강전에서 탈락했다. 박 감독은 8강전 패배 직후 “조국 대한민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카타르에 0-1로 패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으로 돌아가는 날 한국과 카타르의 8강전을 경기장에서 지켜봤다. 박 감독은 “이영진 코치와 함께 관중석에 있었는데 중거리 슈팅을 한 번 놓쳐 아쉽게 졌다”면서 “그래서 축구는 어려운 것이고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은 얼마나 안타까웠겠는가”라고 밝혔다.

사실 박 감독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박 감독은 “스즈키컵이 끝나자마자 아시안컵에 출전했기에 준비 기간이 짧았고, 베트남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면서 “그런데 조별리그에서 1, 2차전을 패하니 비판 여론이 있었고 3차전을 이기고 16강전에 진출해 16강전을 통과하니 좋은 반응이 나왔다”고 귀띔했다.

몸은 파김치가 됐다. 스즈키컵과 아시안컵까지, 3개월 넘게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다. 박 감독은 “힘들었고, 지쳤다”면서 “한국에서 가족과 편히 쉬었다 갈 생각이고, 시골(경남 산청군)에 계신 나이 드신 어머니를 뵈러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설 연휴를 국내에서 보낸 뒤 2월 중순 베트남대표팀과 ‘재회’하고, 3월 열릴 예정인 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예선을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23세 이하 챔피언십 예선엔 44개국이 참가하고, 1월에 열리는 본선엔 16개국이 진출한다. 23세 이하 챔피언십 본선은 2020 도쿄올림픽 예선전을 겸한다.

박 감독은 또 3월 2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조국과 평가전을 치른다. 박 감독은 “베트남은 한국과 일본, 이란 등 아시아의 축구 강국과 맞붙을 기회가 많지 않기에 한국과의 평가전은 승리보다는 경험을 쌓는 계기로 삼겠다. 그런데 (평가전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안 올 텐데, 뻔한데”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베트남에서 박 감독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치솟고 있다. 박항세오(박항서의 베트남식 발음)를 모르는 베트남 국민은 없다.

박 감독은 그래서 본업 외의 일정도 빡빡하다. 박 감독은 “한국에 머물면서 광고는 촬영하지 않을 것”이라며 “베트남에 가면 (광고를) 촬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감독은 베트남축구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박 감독이 베트남축구의 수준을 단기간에 끌어올렸지만, 베트남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계획표가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베트남 정부의 많은 고위 인사를 만날 기회가 있는데 그때마다 유소년 시스템과 장기 계획, 집중투자를 건의한다”면서 “아시안컵에서 8강에 올랐지만, 베트남은 아직 아시아 톱 레벨이 아니고 앞으로 10년을, 10∼15세 어린 선수들 육성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