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국 폭스TV에서 인기리에 방송 중인 ‘더 마스크드 싱어’. 핑크 푸들(오른쪽 사진), 뿔사슴(왼쪽 위), 토끼(왼쪽 아래) 등 전신을 감싸는 의상을 입고 출연한 출연자들이 치열한 경연을 펼치고 있다. 폭스TV 캡처

폭스TV ‘더 마스크드 싱어’ 세계적 화제

음악·추리 결합시킨 구성 매력
각계 스타들 출연 폭발적 반응
현지 매체 잇따라 대대적 보도

‘판권 판매’ 한류 새 이정표 세워
엠넷 ‘너목보’ tvN ‘꽃할배’ 등
해외 진출에 긍정적 영향 기대

미국으로 수출된 MBC 예능 ‘복면가왕’이 1000만 명 이상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며 전 세계적인 화제를 낳고 있다. 한국 예능이 해외로 나가 크게 성공한 사례로, 드라마와 K-팝에 이어 프로그램 포맷 수출(판권 판매)로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한류의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8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판 복면가왕’인 폭스TV의 ‘더 마스크드 싱어(The Masked Singer)’가 매회 시청자 수 10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일 첫 방송 시청자 수가 936만8000명을 기록한 데 이어 사흘 후에 1227만 명을 넘었고, 일주일 후에는 1296만 명으로 늘어났다. 본 방송 이후 주문형비디오(VOD),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의 결과를 합친 것이다. 시청률은 3% 안팎이지만 최근 미국에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빅뱅이론’이 시청률 1%, 시청자 수 691만 명인 걸 고려하면 그 폭발적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관련 내용을 다루는 미국 매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대중문화 전문 매체인 ‘치트 시트(Cheat Sheet)’는 ‘더 마스크드 싱어’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인 한국계 미국 코미디언 켄 정을 통해 프로그램의 높은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켄 정은 “‘더 마스크드 싱어’는 4개의 포맷이 하나로 합쳐진 프로그램”이라며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 ‘더 보이스(The Voice)’ ‘댄싱 위드 더 스타스(Dancing With the Stars)’ ‘왓츠 마이 라인(What’s My Line)’ 등이 모두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인기 있는 노래 경연 프로그램 4가지를 합쳐놓은 것 같다는 의미다.

또 다른 대중지 ‘엔터테인먼트 투나잇(ET)’은 한국의 ‘복면가왕’처럼 “마스크 속에 숨은 인물이 밝혀지는 순간의 흥미와 긴장감”을 꼽았다. 실제로 하마 마스크를 쓰고 나왔던 인물이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안토니오 브라운으로, 푸들로 나왔던 사람이 한국계 코미디언인 마가렛 조로 밝혀지면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미국 언론들은 복면을 쓴 가수들의 정체가 밝혀질 때마다 커다란 관심을 드러내며 앞다퉈 보도했다.

이에 따라 최근 한류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국내 프로그램 포맷 수출이 위기를 헤쳐나갈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복면가왕’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를 포함해 20여 개국에 판매됐다. 베트남과 중국은 성황리에 시즌1을 마쳤고, 인도네시아는 시즌4, 태국은 이미 시즌6까지 방송됐다. ‘더 마스크드 싱어’의 녹화 현장을 지켜본 ‘복면가왕’의 오누리 PD는 “패널과 객석의 폭발적인 반응을 보면서, 우리 프로그램이 가진 포맷의 힘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복면가왕’뿐 아니라 미국에 진출한 한국 프로그램은 또 있다. KBS2 드라마 ‘굿 닥터’가 ABC에 판매돼 시즌2가 진행 중이고, tvN ‘꽃보다 할배’도 포맷이 수출돼 좋은 평가를 받았다.

케이블채널 엠넷의 ‘너의 목소리가 보여(너목보)’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구성으로 국내에서 이미 시즌6까지 들어갔고, 해외 7개국에 수출됐다. ‘너목보’는 미스터리 출연자가 노래 실력자인지 음치인지를 추리하는 프로그램. 음악과 추리라는 만국 공통의 흥미 요소를 결합해 인기를 끌었으며, 지난 연말에는 세계 방송 프로그램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에미상 시상식 예능 부문 후보로 뽑히기도 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