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캠프 출신의 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을 끝내 강행했다. 후보자에 대한 정치 편향 논란으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지도 못했지만, 문 대통령은 24일 조해주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선거 참여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를 준수하고,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명하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의 공정성을 원천적으로 거스르는 처사다. 선관위 1급 출신이면서 장관급인 선관위 유일의 상임위원이 될 예정인 조 위원은 2017년 9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백서’에 공명선거특보로 등재됐다. 당사자와 민주당은 ‘실무자 실수’라고 주장하지만, 상식부터 거스르는 변명으로 들린다. 단 한 명인 해당 특보에 엉뚱한 이름을 올렸을 리 없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1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을 야당이 거부한 것은 당연하다. 설혹 실제 특보 활동을 하진 않았더라도, 야당이 합리적 근거로 편향성을 지적하는 선관위 위원 임명이 있어선 안 된다. 더욱이 조 위원은 2016년 총선 당시 선거방송심의위 부위원장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편파 심의를 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부정선거도 획책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며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이다. 자기편에서 뛰던 선수를 심판으로 내세웠다는 정치권 안팎의 개탄까지 자초한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조 위원을 교체해야 한다. 그러잖으면 공정 선거도, 대의민주주의도 공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