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위원장은…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한국 노동운동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민주노총에서도 가장 강성으로 꼽히는 금속노조위원장,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대표까지 지냈다. 그가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중 노동운동을 결심한 뒤로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해온 일이 아침 냉수목욕이다.

그는 “당시엔 노동운동을 하면 언제 ‘빠삐용’ 신세가 될지 몰라 체력단련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길이 고난의 길이고 자칫 감옥에서 죽을 수도 있다고 각오 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노동운동계에서 ‘문전투’라는 별명을 얻으며 명성을 떨친 계기는 경남 창원에서 자신의 표현대로 전투적인 투쟁을 했기 때문이다. 문 위원장은 “1980년대에 나는 시대가 요구한 투쟁에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참여했다. 그때 그 시절엔 해야 할 일이 투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전투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건 이제 시대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양극화, 격차 문제의 해결은 이제 투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죠. 과거와 같이 노동자 투쟁을 통해서만 갈등이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도 명쾌히 정리했다. 그는 “경사노위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합의를 하는 게 나의 목표”라며 “저성장 시대를 맞아 노사합의를 거쳐 구조적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 외엔 다른 생각은 하고 있지도 않다고 했다. 당 대표 역임, 지방선거와 총선 출마, 2012·2017년 대선 선거캠프 활동 등을 떠올려 추후 선출직에 도전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었다.

“앞으로 변화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저처럼 치열하게 투쟁을 한 노동운동가는 다시 나오기 어려울 겁니다. 싸움을 많이 해본 사람이 싸움을 말리는 방법을 알고 싸우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투쟁의 격동기를 거쳐 왔기 때문에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앞으로 사회적 대화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요.”

문 위원장은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사태와 함께 민주노총이 민노당 지지를 철회하자 탈당했다. 그때부터 현실에 거리를 두고 농사를 지었다. 다시 복귀한 이유는 뭘까.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도 왠지 목 뒤가 따끔따끔했다”며 “평생 노동운동에 헌신했는데 여전히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걸 느끼고 이게 뭔가 싶었다”고 했다.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이 출마하자 지원을 결심한 배경이다. 먼저 가서 “함께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과는 1989년 제3자 개입금지 위반혐의로 구속됐을 때,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앞서 1985년 통일중공업 노조위원장으로 파업을 주도하다가 구속됐을 때 각각 변호를 받았던 깊은 인연이 있다. 문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노동계의 지적에 “이분들의 DNA는 그렇지 않다. 정치인 중에서 가장 노동계에 관한 이해가 깊다. 하지만 대통령이란 자리가 노동자만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없는 자리이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문 위원장은 “최저임금 진행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부딪힐 상황이 발생하니 속도와 내용을 조절하는 일은 대통령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1952년 경남 함양 출생 △진주고,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경남 노동자협의회 의장,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공동의장, 전국노동조합협의회 부위원장,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경남도 위원장, 당 대표, 지도위원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