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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수엘라 대규모 反정부시위

수만명 “정권 퇴진” 거리행진
진압 경찰과 충돌…7명 사상
‘국가비상 사태’ 선언 초읽기

남미국가들 ‘과이도 지지’ 성명
마두로 “美와 외교 단절” 대응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부정선거에 반대하는 반정부시위 확산과 주변국가의 ‘대통령 불인정’으로 퇴진위기에 휩싸이면서 베네수엘라 정국이 비상사태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후안 과이도(35) 국회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선언했고,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외교관에 대해 72시간 내 출국을 명령하고 정치·외교 관계 단절로 맞서고 있다. 군부의 움직임에도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2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수만 명의 시민이 국기를 흔들며 마두로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위과정에서 시위대 일부가 경찰 병력과 충돌해 최소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참여자 대다수는 노동자, 서민들로 지난해 100만 퍼센트에 달하는 살인적인 슈퍼 하이퍼 물가상승과 경제파탄을 견디다 못해 거리로 뛰쳐나왔다. 노동자 계층은 얼마 전까지 마두로 정권을 지지했지만 최근 반정부로 돌아서면서 1998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부터 시작된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이 종식의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남미국가들도 베네수엘라 야권 정치인 과이도 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한다는 발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하며 베네수엘라 국회가 헌법을 발동해 마두로 대통령이 불법이라고 선언한 만큼 현재 대통령직은 공석”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브라질도 성명을 내고 “과이도 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하며 베네수엘라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사회적 안정을 찾는 과정에서 정치·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를 비롯해 칠레, 페루, 파라과이, 콜롬비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 우파정부들도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군인 27명의 지난 21일 소규모 쿠데타 시도를 계기로 군의 동향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이 군과 경찰을 장악하고 있기에 얼마 전까지 대규모 시위는 예상하기 어려웠지만 일부 군인들은 유튜브 등을 통해 “우리의 쿠데타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23일은 1958년 베네수엘라의 마르코스 페레스 히메네스 독재정권이 시민 봉기로 무너진 날이기도 했다.

세계 최대 원유매장국인 베네수엘라는 2000년대 초만 해도 고유가 혜택을 누리며 승승장구했지만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남발했던 사회보장정책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마두로 정권은 경제위기 속에서도 좌파 급진주의 정책으로 일관했다.

반정부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궁 밖에 모인 수천 명의 지지자를 상대로 가진 연설에서 “헌법에 따른 대통령으로서 제국주의 미국 정부와 외교 관계를 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테말라,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등은 냉전 시대에 미국의 지원 아래 좌파 정부가 전복되거나 군사정권이 집권하는 상황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치 상황이 악화할 경우 마두로 정권을 더 압박하기 위한 추가 제재를 내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