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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붉은달 푸른해’ 출연중
SBS ‘키스 먼저…’로 연기대상
“나문희선생 ‘쉬지말라’ 조언에
열심히 했더니 좋은 결과 나와”

“되게 민망한데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랐어요.”

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로 지난해 연말 ‘SBS 연기대상’을 거머쥔 배우 김선아(사진)는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13년 만에 다시 영광의 트로피를 품은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당시 MBC 드라마 ‘붉은달 푸른해’에 출연 중이던 그가 경쟁사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는 것은 신선한 그림이었다.

22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김선아는 “‘붉은달 푸른해’의 차우경에 푹 빠져 ‘키스 먼저 할까요’의 안순진은 마음 속에 넣어두고 있었기 때문에 대상 수상자로 불렸을 때 진짜 기분이 이상했다”며 “오랜만에 화면으로 나오는 안순진을 보면서 되게 민망하기도 했는데,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몰랐다.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 소감도 준비해가지 않아 극중 남편의 이름도 헷갈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선아는 최근 1년반 사이 JTBC ‘품위있는 그녀’를 비롯해 ‘키스 먼저 할까요?’, ‘붉은 달 푸른 해’에 연이어 출연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3년의 공백을 갖고 매년 1편 이상의 작품을 선보이지 않던 김선아의 내면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잔잔한 호수 같던 마음 속에 커다란 ‘짱돌’을 던져 그를 소처럼 일하게 만든 주인공은 선배 배우 나문희였다.

“어느 날 필모그래피를 봤는데 출연한 작품이 별로 없더라”고 운을 뗀 그는 “나문희 선생님이 ‘이렇게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매일 오지 않으니 할 수 있을 때 계속해야 한다. 난 지금도 계속한다’고 하신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래서 쉬지 않고 작품을 선택하게 됐고, 그 결과 이렇게 상도 받았다”고 빙그레 웃었다.

좋은 결과는 열심히 일한 그에게 주어진 합당한 보상이었다. ‘품위있는 그녀’는 당시 JTBC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키스 먼저 할까요’로는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극 중 아동 상담사 역을 맡아 최근 끝난 ‘붉은달 푸른해’는 ‘웰메이드’라 불린 수작이었다.

김선아가 작품 고르는 눈이 좋은 것일까? 김선아가 들어감으로써 해당 작품들이 활력을 얻었다는 설명이 더 설득력 있다.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휴식을 취하기 보다는 부리나케 인터뷰 테이블에 앉았다는 것은 작품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방증이다.

그는 “연기 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슬펐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이런 작품 접하기 쉽지 않은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요만큼의 빈틈도 없었다”며 “시청률을 떠나서 함께 보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작품이라 좀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홍보도 열심히 했다”고 전했다.

한 때 ‘삼순이’는 김선아에게 붙은 꼬리표였다. 50%가 넘는 시청률을 거둔 영광의 그림자는 컸다. 차기작을 맡아도 삼순이에 대한 질문이 따라왔다. 하지만 그 작품으로 ‘MBC 연기대상’을 받은 후 13년 만에 다시금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의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김선아는 “떼려고 한다고 해서 떨어지지도 않는 삼순이는 이제 ‘인생의 동반자’ 같다. 그 때 삼순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김선아도 없었을 것”이라며 “삼순이와 운명처럼 함께 가면서 또 다른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겠다”고 말을 맺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