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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발생한 일을 누가 순조롭게 처리할 수 있을까?” 요임금과 순임금이 주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물었다는 이 질문에 주목한 사람은 조선 후기의 지식인 최한기다. 그에 따르면 요순임금은 일을 중심에 놓고 인재를 구했는데, 후세 사람들은 현량(賢良)이나 도덕(道德)과 같은 외면적 수식만 붙들고서 “근본적으로 힘써야 할 것은 도리어 소홀히” 하고 있었다.

최한기가 보기에 ‘근본적으로 힘써야 할 것’, 즉 인재에게 중요한 것은 백성을 다스리는 재능이다. 백성을 다스리는 일은 치민(治民)과 안민(安民) 두 가지로 집약되는데, 발생한 일을 순조롭게 처리해서 백성에게 해(害) 끼치지 않게 하는 것이 치민이다. 가령 가뭄과 홍수가 발생하거나, 외적이 침입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치민의 예다.

안민 능력은 그런 유능한 인재를 알아보고 뽑는 실력이다. 백성들로 하여금 나랏일 걱정 않고 각자의 일터에서 맘 편히 일하게 만드는 능력이다. “뛰어난 인재 한 사람을 뽑으면 온 조정이 다 축하받으며, 간사한 자 한 명을 내쫓으면 전국이 다 기뻐”하는데, 제아무리 나라에서 좋은 취지를 내놓더라도 간사한 자가 자리를 잡고 있으면 온갖 법제가 다 백성을 괴롭히는 도구가 될 뿐이기 때문이다. 궁벽한 산촌이나 어촌의 백성들일수록 안민, 즉 조정의 인재 선발에 대한 관심이 더욱 큰데, 그 이유는 어떤 수령이 오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박현모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

문제는 인재선발자의 안목이다. 후세에 들어 인재의 근본적인 것, 즉 치민 능력이 아니라 문장이나 말솜씨와 같은 외면적 수식만 중시된 이유는 인재선발자의 수준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최한기에 따르면 “사람의 국량(局量)에는 자연 대소가 있어 그 국량에 벗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소견이 미치지 못한다.” 자기 집안만 알고 담장 너머 일을 모르는 자가 있고, 친근한 사람만 좋아하고 유능하지만 친하지 않은 인재를 배척하는 자도 있고, 나라 안의 일만 보고 천하의 흐름에 눈 감고 있는 자도 있다. 그들에게 담장 밖의 일을 내다보고 친하지 않은 인재를 뽑으라고 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세종이 인재선발자의 안목을 줄기차게 강조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는 1447년에 “인재는 천하 온 나라의 지극한 보배”라면서 “어떻게 하면 인재를 등용하고, 육성하며, 분별할 수 있는지를 쓰라”는 문제를 과거시험에서 출제했다. 이날 시험에서 중요한 것은 인재 변별 방법이었는데,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없는 자를 세종은 맹인(盲人)에 비유했다. 온 세계가 다 어둡고 쓸 사람이 없다고 불평만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이날 최고답안을 써낸 사람은 강희맹이었다. 그는 세종이 언급한 14종류의 인재를 먼저 두 가지, 즉 국가의 운명을 맡길 만한 뛰어난 인재 여섯 종류와 반드시 물리쳐야 할 자 한 부류로 나누었다. 그다음은 나머지 7종류의 보통인재인데 “이들은 보완하고 가르쳐서 쓸” 대상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물리쳐야 할 인재다. 그는 잘못을 범한 뒤 반성하지 않는 자를 그 예로 들면서 “인심을 해치는 독충(毒蟲)”이라고 표현했다.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는 개선의 여지가 없으며 조직문화를 망치는 주범이라고 본 것이다.

조직문화를 망치는 더 큰 주범은 최한기가 지적했듯이, 안목 없이 인재를 선발하고 교육하는 인사담당자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알아보는 정도란 항상 자신의 분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처럼, 인재를 보는 안목이 없다 보니 그들은 잘못된 인사기준 네 가지, 즉 출신·패거리·뇌물·청탁에 의해 사람을 선발하고도, 전혀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아첨 잘하고 무책임한 자가 조직에 넘쳐난다. 국가나 회사가 병들고 기운이 쇠퇴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인사담당자들의 안목을 높이는 교육이 절실한 요즘이다.

여주대 세종리더십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