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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비수요 연간 2조 규모
대한항공만 全 물량 소화 가능
절반가량 해외에 맡기는 상황

항공기 늘어 수요 갈수록 급증
고급 정비사 키울 여건 조성을

항공기를 통한 해외 여행 증가 등으로 국내 항공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항공기 정비(MRO) 산업이 그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1조 원 가량의 정비 물량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국산 대체가 시급한 실정이다.

23일 미국의 항공기 제조회사 보잉이 최근 발표한 ‘2018~2037 상용시장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2037년 글로벌 항공기 보유 대수는 4만6950대로 2017년 2만4400대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항공 MRO 산업 역시 항공운송산업에 비례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의 컨설팅 회사 ICF 인터내셔널은 글로벌 항공 MRO 시장 규모가 2016년 676억 달러(약 76조4083억 원)에서 2026년 1006억 달러(113조 7082억 원)로 10년간 연평균 4.1%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MRO 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5.6%로 글로벌 MRO 성장세를 견인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면, 한국은 빠르게 성장하는 MRO 시장의 과실을 따먹는 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기준 국내 항공회사들의 총 정비 수요는 1조 9255억 원이지만 이 가운데 해외 외주 규모는 9362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48.6%)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와 관계사(진에어) 정비 물량 전체를 자체적으로 소화하고 있는 곳은 대한항공 정도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자체 정비를 하고 있지만 정비 물량 일부를 해외에 외주를 주고 있다”며 “저비용항공사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정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LCC 보유 항공기 수가 최근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현재 해외 외주 규모는 매년 1조 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항공 MRO 시장을 노린 행보도 감지되고 있다. 무역회사 ㈜STX는 최근 항공 MRO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STX에어로서비스를 설립했다. 지상 조업사 샤프에이비에이션케이는 LCC들과 함께 샤프테크닉스케이를 설립한 바 있고 카이 역시 항공 MRO 시장을 겨냥한 한국항공서비스(KAEMS)를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비 역량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엔진 정비나 부품 정비는 고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국내에선 관련 기술과 기반 기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급 정비사를 키워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시급하고 중요한 역할인 셈이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