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을 온전하게 펼친 첫 해였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7%를 기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22일 이런 내용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했는데, 2012년의 2.3% 이후 최저치이다. 실제로는 최악(最惡)의 저성장이다. 우선, 지난해 정부 소비가 11년 만의 최고치인 5.6% 증가했다. 세금으로 경기를 부양했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난 15일 발표에 따르면, 한국 성장률은 2.66%, 미국은 2.89%로 역전됐고, 세계 평균 성장률보다는 1%포인트 낮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난해 12월부터 한국경제가 급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서는 더 엄중해졌다. 유일 버팀목인 수출부터 심상치 않다. 관세청이 전날 발표한 ‘1월 1∼20일 수출입동향’을 보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6% 감소했다. 수출의 20%가량 차지하는 반도체는 28.8% 급감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량도 22.5% 줄었다. 중국 성장률 둔화까지 겹쳤다. 피 말리는 글로벌 경쟁에 나서야 할 기업들은 최저임금 및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비용이 증가하고 경쟁력은 추락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설비투자는 1.7%나 줄어들었다. 졸업 시즌을 맞은 대학가에는 신규 실업자가 넘쳐난다. 올 졸업생 중 정규직 취업자는 10명에 한 사람 정도이고, 인턴·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일자리를 구했다는 사람도 그 정도라는 설문조사도 나왔다.

성장이 없으면 일자리도 없다. 안보 강화와 복지 향상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불경기에 세금을 늘리는 것은 민간을 더 위축시키고 경제 활성화는 더 멀어진다. 저성장 탈출을 위해 문 정부가 비상한 결단을 해야 하는 이유다. 경제 실패를 전 정권 탓으로 돌린다면 집권 능력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답은 나와 있다. 과감한 규제 혁신과 노동 개혁, 감세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은 기조(基調)의 불변을 못 박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기업을 옥죄는 상법·공정거래법 개정 등을 밀어붙인다. 이런 식이라면 경제 현장 방문도 쇼에 그칠 뿐이다. 과감한 기조 전환이 없으면 2019년 경제는 날개 없이 추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