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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시대 개막과 더불어 시작된 미국의 ‘여성 행진(Women’s March)’이 연례행사가 될 조짐이다. 2017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다음 날 워싱턴에 50만 명이 모여 반(反)트럼프 여성 행진을 한 이래, 지난해 1월 라스베이거스 등 미 전역에서 2차 행진을 했고 지난 19일 워싱턴 등에서 3차 행진이 진행됐다. 연방 정부 셧다운 사태로 인해 모든 것이 불편한 상황이지만 워싱턴엔 10만 명이 모였다. 백악관 앞에서 ‘여풍이 분다(The women’s wave is coming)’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행진을 했다. 캘리포니아주 30곳, 뉴욕주 15곳, 텍사스 주 11곳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행사가 개최됐다.

여성 행진은 미국 여성들을 정치적으로 각성시키는 행사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들은 1차 행진 때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의 전횡을 막으려면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후 미투 운동 등이 확산되면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더 커졌고, 이 같은 움직임은 2018년 1월 2차 여성 행진으로 이어졌다. 여성들은 특히 ‘투표로 힘을 보여주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후 정치와 담쌓고 있던 수많은 전문직 여성이 주의회 및 연방의회 선거에 출마했다. 이 결과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당선된 여성은 미 하원의 경우 435명 중 102명으로 이 중 89명이 민주당이다. 상원은 25명이 여성이다. 트럼프 덕분에 역설적으로 하원 역사상 가장 많은 여성 의원이 탄생한 셈이다. 여성 행진 전인 2016년 선거 때 당선된 여성이 하원 84명, 상원 21명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반트럼프 여풍은 확인된 셈이다.

3차 행진 이후 여성들은 2020대선을 겨냥해 트럼프 재선 저지 등에 집중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여성의 각성이 정치적 수준을 넘어 미 연방준비제도(Fed) 등으로까지 확산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미 공영 라디오는 미국에서 배출되는 경제학 박사의 30%가 여성인데, Fed는 여전히 ‘보이 클럽’이라면서 여성 위원의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통화정책은 백인 남성들만 모여 있을 때보다 성별 및 인종 면에서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할 때 더 합리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닛 옐런은 여성으로서 Fed의 첫 의장이 됐지만 이후 Fed에서 여성경제학자들의 활동은 미미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