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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크게보기 충북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전경. ‘미술관’이라는 간판과 달리 공간 구성이 ‘전시’보다 ‘수장고’에 치우쳐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개관 1개월… 정체성 논란
공식 명칭도 ‘수장보존센터’
수장고 10개·보존공간 15개
기획전시실 1개빼면 작품창고
“600억들여 보관소 건립” 지적
“상설-기획전·교육 확대해야”
지난달 27일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을 재건축해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이하 청주관)의 정체성에 대해 미술계 일각에서 의문을 제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 조직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의 공식문서상 ‘청주관’은 ‘미술관’이 아닌 ‘국립수장보존센터’다. 그러나 청주관은 이와 달리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청주관에 대한 정부의 공식명칭이 ‘국립수장보존센터’인 것은 처음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행정적 사업명”이라며 “국립현대미술관은 ‘원 뮤지엄(One Museum)’ 정책에 의거 과천관이건, 서울관이건, 덕수궁관이건, 청주관이건 모두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보면 되고, 과천관, 서울관 등의 명칭은 대외적으로 편의상 붙인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청주시는 국립미술관 분관을 전제로 건물과 토지를 제공했으나 국립미술관이 수장고 건립을 추진하자 “창고를 지으면 시민들이 작품을 볼 기회가 줄어든다”고 건의, 수장기능이 확대된 미술관으로 결정해 현상공모를 통한 건축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 현상 공모안은 무시되고, 연면적 1만9855㎡에 지상 5층 규모로 건립된 청주관은 수장공간(10개), 보존과학공간(15개), 기획전시실(1개), 교육공간(2개), 라키비움 및 관람객 편의시설 등으로 구성돼 미술관이라기보다는 수장시설에 작은 기획전시실 하나가 부록과 같이 얹힌 것처럼 완성됐다. 실제로 전체 부지 면적 중 수장공간(7915㎡)과 보존과학공간(1460㎡)이 9375㎡인 반면 전시공간은 1054㎡에 불과하다.
청주와 미술계 여론도 ‘청주관’에 대해 비판적이다. 청주관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사실상’ 첫 지방 분관이라는 점에서 건립계획이 수립된 6년 전부터 문화의 ‘지역 확산 및 향유를 위한 시설’을 표방해 기대를 모았다.
그 후 어떤 협의나 설명도 없다가, 개관을 5개월 앞둔 지난해 7월쯤 지역대표와의 간담회에서 5층 규모의 미술관 공간 대부분이 수장, 보존 공간에 치중해 있다는 발표에 지역 미술계 전문가들은 전시·교육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약속했던 미술관은 어디 가고 기존건물을 미술품보관소로 개보수하는데 600억 원이나 들였느냐”는 시민들의 쓴소리도 나왔다.
결국 국립현대미술관은 ‘수장고’에 ‘미술관’이란 간판을 달기 위한 방편으로 ‘수장형 미술관’이라며 ‘개방 수장고’와 창을 통해 보이는 ‘보이는 수장고’, ‘보이는 보존과학실’을 운영하고 있다. 총 10개의 수장고 중 ‘개방 수장고’는 2개(전체 수장고 면적의 30%)뿐이고, 나머지는 ‘보이는 수장고’(30%)와 일반 수장고(40%)로 구성돼 있다.
애초 청주관은 스위스 바젤의 ‘샤울 라거’를 본뜬 ‘수장형 미술관’으로 계획돼 전시장인 동시에 수장기능도 하는 점을 바탕으로 현상설계공모 시 당선작을 선정했다.
그런데 청주관의 경우 이후 어떤 이유에서인지 설계변경을 통해 전시장보다는 수장고 위주의 건물이 탄생했다. 이에 당시 심사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제 맘대로 할 걸 왜 돈과 시간을 들여 공모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미술평론가 최열 씨는 “본질이 미술관이건, 수장고건 ‘미술관’이라는 간판을 달고 국민을 맞는다면 상설전, 기획전, 교육프로그램 등이 기본이다”며 “‘청주관’이 행정적으론 ‘수장고’, 대외적으론 ‘미술관’이 되는 ‘애매모호한 정체성’은 결국 관람객인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 ‘청주관 방문’이 ‘미술관 관람’이 아니라 ‘수장고 견학’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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