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두번째…전년보다 4억 ↓
전자 업종 기업중 9위 올라

삼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2년 차였던 지난해 미국 현지에서 벌인 로비 활동의 규모가 역대 두 번째인 312만 달러(약 3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늘어난 보호무역 조치에 대응하고,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 시장 내 입지를 확장하려는 노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2일 미국 정치자금 추적·조사 전문 민간단체 책임정치센터(CRP)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삼성전자 현지법인과 로펌 등을 통해 총 312만 달러의 로비 자금을 지출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의 역대 최고 로비 지출액(350만 달러·약 39억 원)보다 10.8% 줄어든 규모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전자업종 기업 및 협회 중 로비 자금을 가장 많이 지출한 회사 순위로는 상위 9위에 올라, 전년보다 두 계단 상승했다. 삼성보다 로비 자금 규모가 큰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718만 달러)·퀄컴(600만 달러)·오라클(547만 달러)·애플(509만 달러)·IBM(395만 달러)·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 384만 달러)·소비자기술협회(CTA, 363만 달러)·지멘스(315만 달러) 등이다. 외국 업체 중 삼성보다 더 많은 로비 자금을 쓴 기업은 독일 지멘스뿐이다. 인텔(307만 달러), 휴렛패커드(302만 달러), 델(278만 달러) 등이 삼성 뒤를 이었다.

삼성의 미국 로비 활동 규모는 트럼프 정부 들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2년간 로비 활동 규모(662만 달러·약 74억 원)가 오바마 2기 행정부(2013∼2016년) 4년간 규모(604만 달러)를 훌쩍 넘어선다.

지난해 삼성이 가장 집중적으로 로비 활동을 벌인 이슈는 무역·통상 관련으로, 총 81건 가운데 13건을 차지했다. 두 번째로 로비가 많이 집중된 이슈는 전자통신으로 총 10건에 해당했다. 재작년에는 건수 기준으로 7위에 머물렀던 전자통신 이슈가 지난해 2위까지 급부상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화웨이, ZTE 등 중국 통신업체들이 주춤한 틈에 5G 통신장비 시장 장악력을 키우고 사업 기회를 모색하려 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편 지난해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던 ZTE는 통신서비스 업종에서 8번째로 많은 223만 달러의 로비 자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는 전화설비 분야 로비에 12만 달러를 쓰는 데 그쳤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