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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전 독일서 일하며 송금
1만5000명 평균 연령 75세
가족과 불화·경제적 빈곤 겹쳐
대부분 기초생활비 받아 연명
정부차원 예우·지원 전혀 없어

“독일에 가면 돈 벌 수 있습니까?”

1971년 당시 34세의 가장이었던 연상훈(82·사진) 씨는 광부들의 독일 파견을 알선하던 A 씨를 강원도의 한 교회에서 만나 질문을 던졌다. 연 씨가 태백시(당시 삼척군)에서 광부로 일하며 8개월씩 임금이 밀리는 등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아내와 자식들은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었다. 연 씨는 그 길로 서울로 올라가 한 달 교육을 받은 뒤 가족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채 독일로 향했다.

1월 초 서울 강동구 천호동 자택에서 만난 연 씨는 “독일에서의 10년간 삶은 정말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위치한 오버하우젠의 루르광산에서 일을 시작한 연 씨는 “우선 가불을 받아 빚부터 갚고 나니 손에 쥐는 돈도 많지 않았다”며 “탄광에서 돌더미가 무너져 죽은 사람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연 씨도 당시 탄광에서 일하다 낙석 사고로 왼쪽 허벅지를 크게 다쳐 몇 달을 누워서 지내기도 했다. 물론 임금도 못 받았다. 연 씨는 “그때의 후유증으로 지금도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아파 피가 제대로 돌 때까지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연 씨는 떨어져 지낸 기간이 오래된 아내와의 불화를 해소하지 못하고 결국 이혼했다. 자식들도 연락이 끊겼다. 거동을 제대로 못 하는 연 씨는 한 달에 52만 원씩 들어오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연명하고 있다. 연 씨는 “민주화운동·학생운동했던 사람들도 국가 지원을 받는데 우리 파독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전혀 지원이 없어 아쉽다”며 “대부분 나처럼 어렵게 살고 있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963년부터 1977년까지 광부 7936명, 1966년부터 1977년까지 간호사 1만1057명을 독일에 파견했는데 현재 정부의 제도적인 예우나 지원은 전무한 상태다. 현재 생존한 파독 근로자는 1만5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평균 연령은 이미 75세를 넘겼다. 11년간 독일에서 광부로 일한 염동회 한국파독연합회 부회장은 22일 “당시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으로 일하기 위해 독일로 갔던 많은 사람이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신세도 면치 못하는 등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며 탄식했다. 파독 근로자들이 정부와 정치권 등에 민원을 넣은 끝에 2017년 11월 24일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파독 광부 간호사에 대한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으나 아직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우연 한국파독연합회 회장은 “1만9000여 명의 파독 근로자들이 조국을 위한 헌신과 희생을 인정받지 못한 채 역사책에도 기록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관공서도 백방으로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최재규·나주예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