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빙상인연대 성폭력 대책 촉구

“전 교수 뒤에 정치권 비호”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심석희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하면서 체육계의 성폭력 문제가 확산되는 가운데 빙상계 추가 피해 사실이 폭로됐다.

빙상계 성폭력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젊은빙상인연대는 손혜원 의원실과 함께 21일 오전 11시 40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빙상계 성폭력 추가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빙상계 비위를 조사하다 조 전 코치의 혐의 외에도 또 다른 피해자 2명의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젊은빙상인연대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박지훈 변호사는 “빙상계 성폭력, 누가 침묵을 강요했는가”라며 “젊은빙상인연대가 최근 성폭력 사례를 조사, 정리하면서 성폭행당한 피해 선수들은 신원이 공개될 경우 전명규 사단으로부터 2차 가해를 받을까 두려워 여전히 떨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의 전횡, 비위가 드러났다”면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정상화를 기대했지만 빙상연맹은 여전히 기득권을 유지하고 전 교수는 고작 감봉 3개월에 그쳤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추가 성폭력 가해자 가운데 상당수도 전 교수의 제자로 확인됐다”면서 “제자가 가해자고 제자가 피해자인 상황에서 전 교수는 3월 1일부터 안식년에 들어가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전 교수가 오랫동안 한국 빙상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건 일부 정치인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첫째, 정부는 체육계 전반에 걸쳐 폭로된 성폭력에 대해 빠른 전수조사를 해달라”면서 “또한 체육계 성폭력의 항구적 근절을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변호사는 “실명을 공개하고 성폭력 빈발 단체에 대해선 정부 지원금을 제한해야 한다”면서 “특히 한국체대에 대한 강력한 감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총사퇴도 요구했다.

손혜원 의원은 “젊은 빙상인 연대가 확인한 피해사례는 심석희 선수 건을 포함해 총 6건”이라며 “피해자들은 여전히 2차 피해와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손 의원은 “빙상 선수 A 씨는 10대 때 한체대 빙상장에서 강습을 받던 중 한 코치로부터 수 회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훈련 도중 자세를 교정해준다는 핑계로 강제로 안거나 입을 맞췄다고 말했고, 국외 전지훈련을 갔을 때도 강제 포옹과 입맞춤이 계속됐다고 털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정세영·윤명진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