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반발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지도 못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선관위 내부에서조차 우려와 비판이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 14일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재요청한 문 대통령이 그 시한으로 정한 19일을 사흘 앞둔 16일 선관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특보’ 경력이 해명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조 후보자가 민주당을 돕는다더라’ ‘상임위원이 되기 위해 뛴다더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주장이 보도되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 대선 당시 문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공명선거특보’로 활동했다고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행한 ‘대선 백서’에 버젓이 이름이 올라 있다. 민주당은 특보 명기가 ‘실무자 착오’라고 둘러대지만, 그 또한 국민 우롱으로 들리게 마련이다. 단 1명뿐인 ‘공명선거특보’를 엉뚱한 실명으로 명기했을 리 만무하다. 이런 인사를 ‘공정(公正)’과 ‘중립’이 생명인 선관위원, 나아가 비상근직인 선관위원장을 대신해 사실상 선거 관리 실무를 총괄하는 상임위원에 내정한 사실부터 대의(代議)민주주의에 대한 폭거에 해당한다. 더욱이 임명 강행은 공정선거를 말할 자격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으로 ‘공정선거 포기 선언’이기도 하다.

선관위는 선거법령의 유권해석, 선거사범 조사권 등을 가진 ‘심판’이다. 심판이 불공정하면 선거 과정·결과도 민의를 제대로 반영한 것일 수 없다. 조 후보자는 이제라도 자진 사퇴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자신의 고위 공직 경력뿐 아니라, 2012년 1급으로 퇴임한 선관위도 더 욕보이지 않는 길이다. 그러잖으면 문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