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57)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16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오영준) 심리로 열린 이 전 회장의 두 번째 파기환송심 결심(結審) 공판에서 징역 7년과 벌금 70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장기간 회삿돈을 조직적으로 빼돌려 오너의 재산증식에 악용한 재벌 비리”라며 “그럼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모친과 임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고, 피해가 변제됐다고는 하지만 진정한 반성이 없으므로 선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전 회장은 이날 최후 진술에서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부족함을 채우는 데 정진하겠다”며 “여러 가지로 태광에 폐를 끼진 것에 대해 할 말조차 없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태광이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쇄신과 박차를 가해달라”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400억 원대의 배임·횡령과 9억 원대 법인세 포탈 등 혐의로 2011년 구속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4년 6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횡령 액수를 다시 정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냄에 따라 2017년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206억여 원을 횡령액으로 다시 산정해 징역 3년 6월과 벌금 6억 원으로 감형했다.

사건을 재심리한 대법원은 이번엔 조세포탈 혐의를 다른 혐의들과 분리해 재판하라는 취지로 지난해 10월 다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내 세 번째 2심 재판을 받게 됐다.

이 전 회장은 구속된 지 62일 만인 2011년 3월 24일 간암 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 정지 결정을 받고 이듬해에는 보석 결정까지 얻어내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 판결 이후 그가 음주·흡연을 하고 떡볶이를 먹으러 시내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세 번째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이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 이 전 회장은 7년 9월 만에 서울남부구치소에 재수감됐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