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黨인사들 엇갈린 반응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정치 무대 데뷔전이었던 자유한국당 입당 기자회견과 관련해 16일 한국당 안팎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반기문 시즌2’를 보는 듯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당의 소중한 자산인 만큼 더 지켜봐야 한다”는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보수 진영의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의 데뷔전이었는데 메시지가 너무 빈약했다”고 말했다. 다른 한국당 의원도 “정치 ‘초짜’가 정치권에 뛰어들면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김진태 의원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황 전 총리 회견이) 재미없더라”며 “당이 어려울 때 조용히 있었는데 갑자기 나와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답변을 피해 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그냥 은근슬쩍 하려고 하는 건 본인에게도 좋지 않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부실한 기자회견을 보면서 황 전 총리를 뒷받침하는 진영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정치권 첫 등장이 연상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 비박(비박근혜)계 중진 의원은 “데뷔전은 무난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탄핵 책임을 황 전 총리에게 물을 순 없다”고 말했다. 정양석 의원은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며 “당에 소중한 자산이 들어온 만큼 도움을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황 전 총리가 정치권에 안착하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대학생 시절 만성 담마진(두드러기 질환)으로 병역이 면제된 것도 쟁점으로 재부상할 수 있다. 황 전 총리는 이에 대해 “병역 비리 의혹은 전혀 없고, 그럴 집안도 상황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2014년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 전 총리가 세월호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다시 거론될 수 있다.

당내에서조차 “‘황교안 대표 체제’로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를 경우 ‘박근혜 심판 대 문재인 심판’의 구도가 짜일 게 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에서 황 전 총리 입당을 계기로 ‘도로 친박당’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얘기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