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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가로등은 인간에게 어둠을 밝혀 주는 고마운 존재다. 밤길에 각종 사건·사고를 예방해 주고, 길잡이 역할도 한다. 1879년 토머스 에디슨이 인류가 발견한 ‘2번째 불’ 백열전구를 발명하기 전에는 그 역할을 초롱과 램프, 횃불이 대신했다. 가로등 등장 이후 사람들의 밤 문화가 활기를 띠게 됐고, 이동 거리도 급격히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가로등과 관련된 노래나 시도 많다. 윈스턴 처칠은 ‘통계 자료는 술 취한 사람의 가로등과 같아서 빛을 내기보다 지지하는 데 쓰인다’는 말도 남겼는데, 통계의 자의적 이용을 비판한 말이지만, 그만큼 가로등이 보편화했다는 의미도 된다.

가로등을 대신해 도시의 밤거리를 환하게 비춰 줄 ‘인공 달’이 중국에서 개발 중이어서 흥미롭다. 중국 쓰촨(四川)성 성도인 청두(成都)시가 인공 달을 만들어 가로등을 대체하는 프로젝트를 지난해 10월 착수해 2020년에 지구 궤도에 띄운다는 계획이다. 인공 달은 약 3만6000㎞ 상공에 원형 반사체를 펼쳐 놓고 태양 빛을 반사해 보름달보다 8배가량 밝게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1999년 러시아도 인공 달 건설을 추진했으나 실패한 바 있어 성공 여부는 두고 볼 일이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19’에서 ‘지능형 가로등’이 주목을 받았다. CES에서 가로등을 개발한 콘티넨털사는 증강현실(AR)로 3차원 교차로를 구성하고 차량과 연결된 지능형 가로등을 선보였다. 지능형 가로등은 스마트 도시 내의 환경, 교통 정보를 수집, 분석해 교통 흐름이 원활해지도록 한다. 소음과 대기 오염도를 측정해 휴대전화 앱을 통해 실시간 정보를 서비스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시 등에서는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능형 가로등을 볼 날이 머지않았다. 정부가 올해부터 2024년까지 260억 원을 투입해 ‘스마트 도로조명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가로등에 센서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한 가로등에서 교통사고 정보를 수집하면 근거리 통신을 이용해 다른 가로등에 전달하고, 정보를 받은 가로등은 도로 노면에 사고 정보를 표시하거나 인근 운전자나 보행자에게 문자 등으로 서비스하는 시스템이다. 가로등이 4차산업의 첨단 기술들과 융합해 사고와 재해예방 기지국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