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E 고압전선 발화원인 결론
손배액 감당 못하고 파산 신청

미국 캘리포니아주 최대 전력·가스공급업체인 퍼시픽가스앤드일렉트릭(PG&E)이 캘리포니아 산불 발생과 관련한 천문학적 배상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고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키로 했다. 114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 전력산업의 거목(巨木)이 산불로 쓰러진 셈이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에 2017년 캘리포니아 산불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 PG&E는 집단소송을 포함한 각종 손해배상 책임에 직면해 법원에 연방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하기로 했다. PG&E 측은 이날 “챕터11에 따른 법적 절차가 잠재적 배상책임을 가장 질서있고 공정하며 신속하게 해결할 것”이라며 “오는 29일쯤 파산보호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신청 시 법원은 기업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하면 신청을 받아들이고 법원 감독 아래 채무상환이 연기되거나 기업회생 절차를 밟을 수 있다. 1905년 설립된 PG&E는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에 산재해 있던 여러 전력·가스업체들을 합병하면서 거대기업으로 성장했고 현재 본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 등 캘리포니아주 북·중부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사업체 540만 채에 전력, 고객 430만 명에게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앞서 캘리포니아 수사당국은 2017년 7월 발생한 18건의 산불과 관련해 PG&E의 고압전선이 강풍 등으로 끊어져 발화 원인이 됨으로써 화재를 촉발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화재로 809㎢ 면적이 불에 타 22명이 숨지고 건물을 비롯해 3256개 구조물이 소실됐다. 수사당국은 86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 산불에 대해서도 PG&E의 전선이 발화 원인이 됐는지 조사 중이다. 이에 따라 집단소송을 비롯해 각종 손해배상 소송에 직면한 PG&E는 배상책임액이 회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300억 달러(약 33조6390억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PG&E 주식은 이날 50% 가까이 폭락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PG&E 신용등급을 각각 B에서 CC, BBB-에서 C로 강등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