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처, 명퇴신청 연장 공문
사직법관 예년의 절반 그치자
“추가의사 확인으로 압박나서”

“평생법관제 정착시킨다면서
전관변호사 양산 앞장서나”

2월 정기 법관 인사를 앞두고 법원행정처가 일선 판사들에게 명예퇴직 신청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법원장들에게 사표 제출 기한 연장 방침을 밝힌 데 이은 행정처의 잇따른 ‘사퇴 종용’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법원 내부에서는 “행정처가 전관(前官) 변호사 양산에 앞장선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14일 법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행정처는 지난 9일 일선 법원 실무진에 “명예퇴직 신청 기한을 오는 15일까지 연장하겠다”는 공람문서를 보냈다. 법관 및 법원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에 관한 대법원규칙에 따르면 명예퇴직 대상은 법관 경력 20년 차 이상 판사들이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수당을 받을 수 있는 명퇴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보다 앞서 행정처는 일선 법원장들에게 법관 사표 제출 마감일을 1월 4일로 연장하겠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당초 사표 제출기한은 지난 12월 20일이었다.

행정처의 이례적인 행태는 사직 의사를 밝힌 법관이 예년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든 데서 비롯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사표를 낸 판사가 20여 명에 그쳤다고 전해진다. 통상 매년 40∼60명의 판사가 사표를 냈는데 절반 아래로 급감한 것이다. 정기 인사 시즌에는 법관이 사표제출·명퇴신청 기한과 상관없이 언제든 사직 의사를 밝힐 수 있고, 행정처도 인사 발표 전까지 접수하는 게 통상 관례라고 한다.

한 판사는 “정기 인사철에는 판사들이 기한에 구애되지 않고 언제든 사직 의사를 밝힐 수 있다”면서 “그런데도 행정처가 구태여 ‘나갈 사람이 더 있느냐’고 물어보면 일선 판사들 입장에선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판사는 “판사가 법원을 떠나지 않겠다고 한다면, ‘평생법관제를 정착시키겠다’는 사법행정 수뇌부 입장에선 더욱 장려하고 그 인원 그대로 인사 판을 짜면 될 일”이라면서 “사직 의사를 거듭 확인하는 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더군다나 앞서 행정처는 법원 내부망에 지방법원 판사 인력 부족 등을 설명하는 글을 올리며 “현재까지 집계 결과에 의하면 사직 인원은 ‘다행히’ 2018년보다 소폭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직 인원이 적은 것이 ‘다행’이라면서 혹시 사직 인원이 더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은 표리부동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행정처 관계자는 “향후 인사 판을 짜는 과정에서 추가 사표 등 변수가 발생해 판이 꼬이지 않게 미리 의사를 재차 확인한 것”이라면서 “다만 명퇴의 경우 지난해보다 명예퇴직 관련 안내를 늦게 했고, 그에 따라 작년과의 형평에 맞추어 명예퇴직 신청 종료일을 연장했다”고 해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