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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냐 ‘흙수저’냐 하는 ‘수저 계급론’이 등장하면서 덩달아 ‘수저’의 어원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수저’의 어원을 다룬 대부분의 글이 기존의 잘못된 설을 답습하고 있어 아쉽다.

‘수저’는 15세기 문헌에 ‘수져’로 처음 보인다. ‘수져’는 ‘술져’에서 ‘ㅈ’ 앞의 ‘ㄹ’이 탈락한 어형이다. 실제 ‘술져’라는 단어도 문헌에 간혹 나온다. ‘수저’의 어원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한자어 ‘匙箸(시저)’로 봐 왔다. 그런데 ‘匙箸’ 설은 ‘수저’가 ‘술져’로까지 소급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금방 부정될 수 있다. 현재 ‘시저’는 주로 제사상에 올리는 것을 지시해 ‘수저’에 비해 세력이 아주 미약하다.

한편 ‘수저’의 어원을, ‘숟가락’을 뜻하는 고유어 ‘술’과 ‘젓가락’을 뜻하는 한자 ‘箸(저)’가 결합된 ‘술箸’에서 온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이런 설이 일부 어원사전에도 소개돼 있어 정설인 양 오해되고 있다. ‘술+箸’ 설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箸’다. 한자 ‘箸’가 ‘젓가락’을 뜻하고, 또 현대국어 ‘수저’의 ‘저’와 음이 같아서 쉽게 그것을 떠올린 것이지만 이는 잘못이다. 한자 ‘箸’의 중세국어 음이 ‘뎌’였기에 만약 ‘술箸’라면 중세국어에서 ‘술뎌’ 또는 ‘수뎌’로 나타나야 하는데, 실제 ‘술져’ 또는 ‘수져’로 나타나고 있어 ‘져’는 ‘箸’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난다. ‘뎌’와 ‘져’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져’는 ‘鷄林類事’(1103)의 ‘箸曰折(저왈절)’을 고려하면 본래 ‘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15세기 정음 문헌에는 ‘졀’은 보이지 않고 ‘ㄹ’이 탈락한 ‘져’ 일색이다.

‘술져’는 ‘술(숟가락)’과 ‘져(젓가락)’가 결합된 형태다. 따라서 ‘숟가락과 젓가락’의 뜻이다. 아울러 ‘술져’에서 ‘ㄹ’이 탈락한 ‘수져’도 그러한 의미를 띤다. ‘수져’는 제2음절의 모음이 단모음화해 ‘수저’가 된다. ‘수저’가 19세기 문헌에 보인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