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4일 서울광장에 설치된 서울시 공공미술 작품 ‘우리의 빛’ 옆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미술품 ‘우리의 빛’ 흉물논란
주변경관과 안 어울리는 구성
市 “타전시물 많아 주목 못받아”

시민이 서울의 ‘오늘’을 주제로 선정한 작품이라며 서울시가 지난해 6월부터 서울광장 서편에 전시하고 있는 공공미술품 ‘우리의 빛’이 흉물 논란에 휩싸였다. 주변 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성인데다 광장을 지나는 시민 다수도 작품의 존재 의미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민 참여형 작품’이라는 시의 공언이 무색할 정도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2017년 12월 시민과 전문가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광장에 설치할 공공미술 프로젝트 ‘오늘’의 당선작으로 ‘우리의 빛’을 선정했다. 나·우리·지금·여기·서울·오늘·역사 등 7개 단어가 조합된 4.5m 높이의 흰색 조형작품인 ‘우리의 빛’ 제작엔 예산 1억 원이 투입됐다. 시는 “시민들이 힘을 합쳐 변화를 이뤄냈던 우리 역사와 서울의 의미를 작품의 형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 작품이 현재 서울광장 주변 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고 시민들도 어떤 조형물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어서 억대의 제작비를 투입한 것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서울광장엔 광장 면적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1897㎡ 규모의 대형 스케이트장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의 빛’ 바로 옆엔 내년 10월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인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와 제3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의 엠블럼을 본뜬 높이 4.2m의 카운트다운 시계탑이 자리하고 있으며 뒤편엔 미철거된 크리스마스 트리가 위치해 있다. 미술품이 주는 의미를 되새기며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조형물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듯 곳곳에서 검은 때가 묻어있다. 광장을 지나던 시민 유모(41) 씨는 “광장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미술품인 것 같은데 무슨 의도로 설치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광장에 다른 시설과 조형물들이 많아 작품이 주목받기에 상황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탄생에서 활용까지 시민이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로 좋은 작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