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습권 침해 출입통제”
주민 “전면 금지는 지나치다”
반려동물 산책코스 애용 불구
미화원들 배설물 치우기 고충

서울 종로구 소재 A 대학교 캠퍼스엔 최근 ‘반려동물 출입금지’ 안내문이 내걸렸다. 반려동물과 함께 캠퍼스를 누비는 인구가 늘면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A 대학교는 주거지와 인접한 데다가 빼어난 자연환경까지 자랑해 주민들이 산책 코스로 이용한다. 그러자 옳다, 그르다는 논쟁이 불붙었다.

A 대학교가 지난해 말 학교 전체에 반려동물 출입금지 결정을 내리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쳤다. 문제 발생 초기에는 ‘애완견 모임’ 회원들이 주로 찾는 교내 테니스장과 농구장 출입구를 걸어 잠갔다.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애완견 모임’은 재학생들을 괴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목줄을 하지 않은 채 코트를 뛰어다니게 하거나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자리를 뜨는 사례가 속출했다. 배설물을 처리하더라도 교내 휴지통에 버리고 가면서 미화원들의 고충도 커졌다.

이번 조치에 반응은 엇갈렸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의 쾌적한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경영학과 이모(21) 씨는 “처음 입학했을 땐 주택 밀집 지역에 학교가 있어 이해했는데 밤늦게 교내에서 큰 개가 짖을 땐 무섭기도 했다”며 “캠퍼스는 엄연한 학교의 사유지이자 학생들의 공간인 만큼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30년 동안 인근에 거주한 박진표(67) 씨는 “학교도 지역사회의 한 부분이고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성장해 왔다고 봐야 한다”며 “몰지각한 주민들 탓도 크지만, 전면 출입 금지는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갈등은 A 대학교만 겪는 건 아니다. 서울 시내 B 대학교 교정 또한 지역주민들이 저녁 식사 후 가볍게 산책을 즐기기로 유명하다. 이곳 역시 외부인들의 음주와 흡연, 애완견 동반 출입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주민들의 캠퍼스 진입을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학생들을 위해 쓰레기는 되가져가는 등의 예절을 지켜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