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7만건… 2년새 12%↑
사망 등 중대사고 발생해도
도로교통법 적용안돼 가벼워

아파트 단지나 대학 내 등 도로 외 구역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가벼워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서부지법 형사 11단독 박승혜 판사는 지난 9월 은평구의 한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운전하다가 80대 노인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교통사고 처리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A(여·51) 씨에게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방 주시의무를 게을리한 결과 피해자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도로 외 구역은 아파트 단지 및 대학 내 도로, 1만㎡ 이상 건물의 주차장 등으로 공공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도로에서 속도위반, 횡단보도 사고, 중앙선 침범 등 12대 중과실을 범해 교통사고를 내면 무조건 처벌하는 것과 달리 도로 외 구역에서는 음주·약물 외의 다른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경찰이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할 권한도 없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화재에 접수된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도로 외 구역에서 77만5198건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24만4435건에서 지난해 27만4597건으로 약 12.3%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대학 내에서 주행하는 510대의 차량 및 오토바이 중 437대(85.7%)가 대학별 제한속도를 위반해 과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생 박모(20) 씨는 “휴대전화를 보며 걷던 학생이 빠르게 달리던 배달 오토바이와 부딪칠 뻔한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동민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도로 외 구역을 일반도로와 같게 규제할 수는 없겠지만,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