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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 가는 날 / 김선정 글, 조원희 그림 / 길벗어린이

모두 경험하는 건 아니지만, 어린 시절 한 번쯤 해보는 생각이 있다. ‘만약 전학을 간다면 어떨까’ 혼자 상상하는 것이다. 단짝과 서운한 일로 살짝 틀어졌을 때, 무서워하던 선생님 반으로 배정됐을 때, 아무도 나를 챙겨주는 것 같지 않아서 외롭고 학교가 불편할 때 전학을 떠올려본다. 새 학교에 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고 전학생으로서 받는 기분 좋은 관심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별일 없이 하루가 즐겁고, 친구들과 한창 잘 지내고 있었는데 집안 사정으로 갑자기 전학을 가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낯선 동네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은 가끔 덜컥 현실이 된다. 요즘처럼 여러 이유로 이사가 잦은 환경이면 더욱 그렇다.

‘전학 가는 날’은 전학을 앞둔 깔깔한 마음을 입안의 모래알 골라내듯 섬세하게 짚어낸 그림책이다. 정든 사람들 속에서 홀로 뚝 떨어져 모르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건 어린이에게 커다란 결심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결정은 대부분 어린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루어진다. “더 크고 좋은 학교로 간다”는 엄마의 말은 좀처럼 위로가 되지 않는다.

동화 ‘최기봉을 찾아라’와 청소년소설 ‘멧돼지가 살던 별’에서 독자의 감정을 쥐락펴락한 바 있는 김선정 작가는 전학생의 알 수 없는 울렁거림을 책 속에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주인공 지호가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서 급식 당번에게 만두 하나 더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에서는 독자도 함께 눈물이 핑 돈다. 조원희 작가의 그림은 오일 파스텔의 뭉툭한 선으로 말없이 만두를 나눠주는 우정의 젓가락을 재현한다. “나는 내일부터 새 학교에 간다”라는 문장과 고개를 숙이고 달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글과 그림의 호흡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 그림책에서 우리는 헤어지는 일의 어려움을 배운다.

학창시절을 끝낸 뒤에도 우리는 수없이 전학생의 삶을 겪는다. 새 직장, 새 이웃, 새로운 가족은 누구에게나 두렵다. 생소한 곳에 첫발을 들일 때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그곳에 한 사람만이라도 있었으면 하고 기대해본다. 이 그림책은 전학을 앞둔 어린이뿐 아니라 겁 많은 이 사회의 ‘어른 전학생’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전학을 상상만 해보았던 수많은 어린이에게도 지금 내 친구들, 우리 교실, 무심히 뛰어놀던 운동장이 얼마나 소중한지 돌아보게 하는 뭉클한 작품이다. 40쪽, 1만3000원.

김지은 어린이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