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의 입법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 우려 또한 증폭되고 있다. 여야는 일부 쟁점을 두고 협의 중이나, 27일 국회 본회의 통과에 잠정 합의한 상태다. 지난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김용균 씨 사망 사고 이후 정치권이 여론에 떠밀려 서두르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 개악에 이은 또 다른 정부발 ‘폭탄’이라는 산업계 반발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유해·위험한 작업의 도급을 사실상 원천 금지하는 것이 산안법 개정안의 핵심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7일 언급한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시각의 귀결이다. “원가를 절감하려고 노동자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용자 의무까지 바깥으로 떠넘긴다”는 논리가 여론을 업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를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그러나 ‘위험의 외주화’ 프레임은 산업 현장의 현실과 상반된다. 위험한 업무는 그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 업체가 가장 잘 다룬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 업체를 배제하면 사고 위험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청 기업들이 폐업 위기에 몰리면 국가 안전관리 역량은 후퇴하고, 일자리도 위태로워질 것이다. 도급 자체를 백안시할 게 아니라 전문 기업의 활동 영역을 더 키우는 것이 산업 안전 수준을 높이는 정도(正道)다.

원청 기업과 사업주에 무한책임을 지우는 것도 과잉 입법 소지가 크다. 개정안대로라면 관련 법규에 있는 583개 의무를 모두 지키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처벌 조항은 더 무거워진다. 미국은 ‘고의로 위반하는’ 등으로 처벌 대상을 명확히 규정하고 형량도 훨씬 낮다. 모호한 요건으로 고용부 장관에게 작업중지 명령권을 부여하는 것 역시 여론에 따라 남발되면서 기업에 천문학적 손실을 줄 수 있다. 김 씨 사례는 안타깝지만, 현행 법령이 미흡해 벌어진 일이 아니다. 발전 공기업에서 일어난 사고에 정부의 안전관리 책임도 자유롭지 않다. 공기업 낙하산 문제도 심각하다. 그런데도 외주화를 탓하며 규제를 덧붙이는 건 엉터리 해법이다. 입으론 경제활력 회복을 외치면서 실제론 최저임금 시행령·산안법 등 기업인을 범법자로 내모는 법령 만드는 데만 여념이 없으니 이런 이율배반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