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공무원들을 상대로 강제 수사에 가까운 방식으로 감찰 조사를 해왔으며, 특히 비판적 보도의 출처를 캐기 위해 그렇게 한 경우도 여러 건 있었다고 한다. 일반 국민이 아직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지는 못하지만, 앞부분은 청와대 감찰 권한 남용이나 공무원 사생활 침해 등 불법(不法) 소지가 있고, 뒷부분은 언론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어느 경우든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 명명백백하게 진상을 밝혀야 하는 이유다. 과거 관행 등을 핑계로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 상응하는 보완 조치를 하는 것이 현 청와대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지난달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편안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은 담당 국장과 과장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조사했다. 지난 5월 민간 기업인 KT&G 사장 선임과 관련된 문건이 보도됐을 때도 기획재정부 담당 공무원의 휴대전화를 조사했다. 지난해 11월 사드에 대한 중국 측의 무리한 요구를 보도한 것과 관련, 외교부 공무원도 같은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국가 안보에 직접적 위해를 가할 내용도 아닌데, 청와대가 직접 강압적 조사를 하는 것은, 모든 공무원에게 누구나 언제든 ‘같은 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조사 자체가 불필요하나, 부득이 보안 점검이 필요하다면 해당 부서의 공직기강 감찰에 맡기는 것이 합당한 조치다.

휴대전화를 뒤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과거에도 통화 기록·내용 조회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 현재의 스마트폰은 과거 전화기와 달리 ‘사생활 저장장치’도 된다. 그만큼 개인정보를 들여다보는 데 신중해야 한다. 검찰·경찰도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서 제한적으로 조회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삭제된 기록까지 복원할 수 있는 디지털 포렌식(증거분석) 장비 등을 동원해 조사했다고 한다. 실제로 외교부 공무원의 경우, 사생활 문제를 들춰내 인사 조치했다고 한다. 개인 동의서를 받았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조사해선 안 된다.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로 일각이나마 드러난 청와대 감찰 불법성 의혹에 대한 더 엄정한 진상 규명이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