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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열 경제산업부 부장

송년회 철에 같은 푸념을 다른 자리에서 세 번이나 들었다. “시청료(전파수신료) 내기 싫다” “볼 만한 프로가 없다.” 앞쪽은 KBS, 뒤쪽은 지상파 전체를 말한다. 방송사가 추락한 지는 오래됐다. 화제의 드라마와 예능은 종편이 장악했다. 지상파 뉴스들이 앵커와 포맷까지 바꾸며 애를 쓰지만 젊은이는 종편으로, 어르신은 유튜브로 달려가고 있다. 재미와 공정성을 모두 잃었다는 증거다. 재탕 삼탕 아이디어 부족에 정치적 편향까지, “TV 보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많았다. 왜 이 지경이 됐을까. 국감을 보다가 알았다.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이라도 벌이고 싶을 만큼 분통이 터졌다. KBS 직원 4596명 중 60%인 2759명이 억대 연봉을 받고, 총 7개 직급 가운데 간부급 이상 상위직 비율은 70%를 넘는다. MBC 역시 간부 숫자가 평사원의 2배를 넘는 기형적 조직이다. 공영방송이 아니라 철밥통 공기업 같다. 주파수 독점의 온실 안에서 혈세 링거 맞으며 찬바람 부는 바깥 시장을 외면한 결과, 방송사들은 살만 찌고 체력은 부실한 갱년기 환자가 됐다.

이런 방송사들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이다. 방통위도 동네북이 됐다. 미국 통신위원회를 본떠 만들었다는데 막강한 권한도, 엄정한 직업윤리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 여당에서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 규제입법을 추진하자 독립기관답게 소신 있는 의견을 내긴커녕 맞장구치기 바빴다. 한술 더 떠 과잉대책까지 서둘러 올렸다가 대통령 질책에 백지화했다. 게다가 황소고집이다. 국민 과반수(60.9%, 리얼미터 조사)가 반대해도 귀를 막은 채 제 갈 길만 가고 있다. 중간광고 이야기다. 군살 빼기 다이어트도 하고 체력강화 트레이닝도 해야 할 지상파 방송사들은 습관대로 누워서 떡 먹겠다며 중간광고 허용을 요구했다. 만약 방통위가 밀어붙이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내년 초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시청자들은 30분 간격으로 끼어드는 광고를 속수무책 봐야 한다. 앞뒤 메인광고도 모자라 프로그램 중간에 불쑥 들이밀겠다는 것이다. 이 정권은 20년 동안 시청자의 눈이 두려워 막아놨던 금기마저 깨려 하고 있다. 그것도 ‘공정방송’을 말하면서. 중간광고가 공정성을 약속하는 보증수표라도 되나.

광고 매출이 줄어 배고프다는 지상파 주장은 억지다. 재송신료 수입 등을 포함한 전체 매출은 오히려 증가일로다. 3사의 이익잉여금만 2조 원이 넘는다. 더욱이 작년부터 오락 프로를 중심으로 유사 중간광고를 어물쩍 도입한 상태다. 방송사들은 자구(自救) 노력도 없이 감나무 밑에서 입만 벌린다는 비판을 받자 마지못해 유휴자산 매각, 임원 연봉 삭감 등 종합 자구안(案)을 방통위에 제출했다. KBS 자구안은 여전히 국민 눈높이 미달이다. 곧 나올 MBC, SBS 자구안도 기대 난망이다. 4기 방통위가 출범 1년 5개월이 돼간다. 그동안 지상파와 공영방송 사장들을 노조 출신으로 갈아치우는 적폐청산에 온 힘을 쏟았다. 그 결과가 ‘국민 무시 중간광고 강행’인가. 방통위는 또 내년에 KBS 수신료 인상까지 추진 중이다. 전기료 병합 징수에서 수신료 분리로 개선하자는 여론에 귀 기울이긴커녕 인상이라니, 불통 정권 따라 ‘불통위’가 되려는 것인가. nos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