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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시설 주변지역 지원법 등
규제법안 줄줄이 국회 계류 중
사실상 지역 표심 달래기 성격
업계 “시행 땐 재정부담 초래”

국제유가 급락 등 대외 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국회에는 준조세 성격의 규제 법안들이 줄줄이 계류돼 있어 정유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 하락과 세계 경제 둔화 전망으로 석유산업은 이중의 악재에 직면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일주일 새 11%나 떨어져, 2016년 1월 이래 주간 단위 최대 낙폭을 보였다. 특히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는 정제마진(최종 석유제품 가격-원자재 가격)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공급과잉 상황에서 세계 경제 성장세가 꺾이면 석유제품 수요까지 줄어들기 때문에 정유사 수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경기 둔화로 제품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지만 국회에는 석유화학 관련 시설이 있는 지역구 의원들이 표심을 달래기 위해 지원 근거를 마련하면서 부담은 기업에 지우는 준조세 성격 법안이 줄을 잇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 중인 ‘석유화학시설 및 석유비축시설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 대표발의)은 해당 시설에서 반경 5㎞ 이내를 ‘주변지역’으로 지정해 지원하는데, 입주기업 등의 출연금 등으로 지원 기금을 조성하게 하고 있다. ‘석유화학단지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 대표발의)은 주변지역 지원 비용을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에특회계)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액화천연가스 인수기지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과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지방세법 일부개정안’(김태흠 한국당 의원 대표발의) 등도 정유업계에서 지목하는 대표적 준조세 법안이다. 김 의원 법안은 석유류 및 천연가스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물리는 내용인데, 행안위 검토보고서조차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정제·저장단계에서는 안전 및 환경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며, 교통·에너지·환경세 등과 중복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준조세 법안은 아니지만,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는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인 일부 환경 규제 법안들도 재정 부담을 초래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기오염방지시설을 예외 없이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대기환경보전법 일부개정안’(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대표발의), 대기관리권역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에 대해 오염물질 총량관리를 시행하는 등 내용을 담은 ‘수도권 등 대기관리권역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강병원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등이 대표적이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