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규명이 일단 검찰로 넘어갔다. 청와대는 19일 전 특별감찰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했고, 자유한국당은 20일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로 고발했기 때문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현 검찰이 가차 없이 휘두른 적폐 청산만큼 ‘현 권력’에 대해서도 같은 강도로 수사할지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문 총장은 20일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넘겼다. 김 수사관이 서울중앙지검 소속이고,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윤석열 지검장이 친분이 있다는 이유에다 김 수사관 주거지 핑계까지 댔지만, 사건 발생지 원칙과 배치된다. 청와대와 한국당이 고소장을 낸 곳도 서울중앙지검이다. 상대적으로 수사력이 약하고, 관심도 덜한 곳으로 배정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청와대가 명예훼손 혐의 고발 방침도 밝혔으나 기밀유출로만 고발한 것도 불법(不法) 사찰 전모를 개인 탈선에서 차단하려는 ‘가이드라인’으로 비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지난 6월 드루킹 특별검사 임명 당시, 청와대가 국회 추천 이전에 10여 명에 대해 사전 조사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 측은 “대한변호사협회가 4명의 후보자를 추천한 후에 이뤄졌다”며 엇갈린 주장을 했으나, 설령 그렇다 해도 국회의 2명 정식 추천 이전에 조사한 것엔 문제 소지가 있다. 핵심 증거가 될 문건(文件)들의 폐기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 수사관은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사전 협의했다고 했다. 김 수사관의 텔레그램 탈퇴로 확인이 어려워졌다. 김 수사관의 컴퓨터에는 업무 배제 직전까지 문건이 저장돼 있었다고 하는데, ‘불순물을 바로 폐기했다’는 청와대 주장과 다르다. 관련 문건들이 보고 시점과 절차 등을 보여줄 증거물로 온전하게 보관될지는 또 다른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