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의 계절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개인과 기업의 기부 행렬이 줄을 잇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기부 한파’랍니다. 삶이 팍팍하니 마음도 얼어붙은 모양입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올해 목표액이 4105억 원인데 18일까지 누적액은 30% 수준인 1265억 원에 머물고 있네요. 다른 쪽의 모금 상황도 시원찮고, 굵직한 기부 소식도 들리지 않습니다. 줄어드는 일자리, 얄팍해지는 지갑 등 다 경제 탓이겠지요.

그러나 그것만 탓하기엔 좀 구차합니다. 평생 과일 장사를 해서 모은 돈으로 대학에 수백억 원을 기부한 노부부도 있고, 꾸준한 기부로 1억 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20대 젊은이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기부를 문화의 영역으로 바라보면 어떨까요? 돈이 많든 적든, 지위가 높든 낮든, 자신의 부와 명예가 혼자가 아니라 ‘사회’를 통해 이뤄졌다는 인식 말입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대중의 인기를 바탕으로 하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유명 기업인 등 ‘셀럽(Celebrity·유명인)’의 기부와 선행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들이 먼저 나설 때 긍정적인 ‘전염성’도 강하기 때문입니다.

‘영웅본색’의 주연배우 저우룬파(周潤發)가 먼저 떠오릅니다. 얼마 전 그는 자신의 전 재산인 81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러고는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근검절약하는 모습으로 더욱 모범이 됐죠. 말 많고 탈 많은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도 기부에 관해서는 화끈합니다.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는 출연료 1억 달러(약 1129억 원) 중 무려 7500만 달러(약 846억 원)를 ‘박봉’에 고생하는 스태프에게 양보했다고 하고요. ‘타이타닉’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통해 1000억 원 가까이 기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 국내에선 기부보다 가족이 진 빚을 책임지라는 연예인 ‘빚투’ 뉴스가 더 많이 들렸습니다. 마이크로닷에서 시작된 빚투 폭로는 차예련, 비, 마동석 등으로 갈수록 번져가고 있습니다.

빚투를 기부로 승화시켜야 할 때입니다. 우리 중에도 ‘기부천사’는 많습니다. 가수 김장훈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요즘도 김장하기 등 다양한 기부와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가 지난 20년간 기부한 금액만 해도 200억 원에 달한다고 하죠. 막장 논란이 있는 SBS 드라마 ‘황후의 품격’에 출연 중인 장나라도 그간 누적 기부액이 130억 원이 넘는다고 하고요. 최근엔 가수 아이유가 데뷔 10주년을 맞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1억 원을 기부했습니다. 희망이 보입니다. 이제 10여 일 남은 2018년, 빚투 대신 기부 소식이 더 풍성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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