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회의서 비판 쏟아내
WTO 개혁논의 참여 촉구도
日·스위스까지 “美과세 우려”

중국과 유럽연합(EU)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맹공격했다. 일본과 스위스 등도 미국의 외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정책 등에 우려를 표했다.

17일 스트레이츠타임스(ST) 등에 따르면 이날 중국과 EU는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열린 국가별 무역정책 검토 회의에서 “미국이 보호무역정책으로 WTO를 마비시켰다”고 비판했다. 장샹천(張向晨) 중국 WTO 주재 대사는 미국의 외국산 철강, 알루미늄 제품 과세는 ‘국가 안보’를 빌미로 한 보호무역주의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 대사는 “미국은 무역법 301조 조사로 WTO와의 약속을 어기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크 반호이켈렌 EU 통상담당 대사는 “다자무역 시스템은 큰 위기에 빠졌고 그 중심에 미국이 있다”며 “미국은 관세를 도구로 삼아 무역 전쟁에서는 승리할 수 있지만 WTO에는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데니스 시어 주제네바 미국 대표부 통상담당 대사는 “중국이 WTO 규정을 어기며 불공정 경쟁 제도로 외국 기업과 노동자들의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며 맞섰다. 일본과 스위스는 미국의 외국산 철강, 알루미늄 제품 과세에 대해 국가 안보를 빌미로 한 보호무역주의 행보라고 지적했다. 스테판 드 보어 캐나다 대사는 “미국 정부가 미국산 구매를 독려하는 한편 외국 기업들의 조달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중국과 EU, 미국은 WTO 개혁을 놓고도 맞붙었다. 시어 대사는 WTO 분쟁 해결 시스템이 통제가 어려운 상황인 데다 상소 기구는 법률을 과도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개혁을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과 EU는 WTO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것은 미국이라고 반박했다. 반호이켈렌 대사는 “11개 국가와 EU가 제시한 WTO 개혁 방안을 미국이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WTO 국가별 무역정책 검토회의는 회원국의 무역정책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다. 국가 교역 규모에 따라 2∼4년마다 열리는데 미국, 중국, 일본, EU 등은 2년에 한 번씩 검토회의가 열린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