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등 ‘조국 책임론’ 부상
한국당, 국정조사 가능성 언급
靑 “민정수석실 고유업무” 해명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총체적 국기 문란’이라는 지적과 함께 지휘 감독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민간인 사찰과 관련, 조국 민정수석 등의 직권남용 책임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18일 “감찰 대상이 안 되는 민간인 사찰을 묵인하고 정보를 이용한 것은 민간인 정보 사찰의 직권남용 범죄에 해당한다”면서 “감독 책임과 함께 공모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 원로 출신 변호사 역시 “노무현 정권 때 인사들 본인이나 가족들까지 추적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민간인 사찰 자체도 잘못이지만 이런 식으로 사정·감시 기능을 운영한다는 건 조직 운영상 실책”이라고 말했다.

이 정부 들어서 두드러진 청와대의 비대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는 적폐 청산 수사 등으로 정보 기능 등에서 과거 역할을 발휘하던 국가정보원이나 기무사령부의 위상이 크게 축소된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청와대라는 조직 자체가 최고의 엘리트로 구성돼서 일사불란하게 잘 가야 하는데 청와대가 정부 차원에서 할 일과 행정부 각부가 할 일을 혼동해선 안 된다”면서 “청와대가 행정부 일까지도 맡아서 한다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총체적 국기 문란’이라며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는 동시에 국정조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 특별감찰반 의혹의 본질은 조직적인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며 “청와대의 명백한 해명이 없고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없다면 국정조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는 개인의 일탈이라며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는데 이 정부의 전매특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의 고유한 업무’라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쓰레기 대란, 암호화폐 관련 대책을 세우기 위해 시중의 여론을 듣는 것은 민정수석실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김태우 수사관 등에게 민간인 사찰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임정환·김병채·김수민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