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급 승진자 기술직 전무
고참들 석연찮은 이유로 탈락
개방형 직위 대폭 확대 방침에
“묵묵히 고생하는 사람 홀대”
공무원들 朴 면담·개선 요구

연공서열과 직렬 안배를 깬 파격 인사를 단행하고 외부 인력 영입을 늘리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조직 운영에 대한 공무원들의 거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많은 시청 공무원이 근무평가부터 승진 대상자 선정에 이르는 인사 행정 전반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박 시장과 수뇌부를 성토하는 목소리를 노조 등을 통해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박 시장이 내년부터 민선 7기 핵심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선 합리적 인사 운영을 약속해 직원 사기부터 진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시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0일 행정 공무원 4명으로 확정된 서울시 3급 승진인사 결과를 둘러싸고 조직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6개월 전(7명)의 절반 수준으로 인원이 감소했고 승진 최소 연한이 많이 지난 선임들이 석연찮은 이유로 탈락했기 때문이다. 행정2부시장 산하와 기술직군에서 1명도 승진하지 못했다. “공정·소통·책임 등 6대 인사원칙에 따랐다”는 시의 발표가 무색하게 현장에선 불신만 가득하다. 한 기술직 공무원은 “힘든 곳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홀대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고, 또 다른 공무원은 “인사 시스템이 무너졌다고 체념하는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신용수 서울시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여전히 관리자의 갑질 행태에 대한 신고가 적지 않게 들어오고 있다”며 “직원들이 인사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올해 3급과 4급 직위 1개씩을 개방형 직위로 지정하고 오는 2022년까지 임기제공무원과 전문경력관 등 300여 명의 순차 채용 방침을 밝힌 것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외부 인사들이 들어오는 만큼 내부 공무원들의 인사이동과 승진이 더 제한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공무원노조는 “무분별하게 늘려왔던 개방형 직위를 원래대로 돌려놓던지 개방형 직위를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전면 재검토하라”는 논평을 낸 데 이어 26일 박 시장을 만나 격앙된 내부 분위기를 전달하며 공정한 인사 단행 필요성을 건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례로 단행될 3∼6급 인사 결과를 종합하면 예년 대비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다”라며 “원활한 시정 추진을 위한 조직 운영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