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의 관문을 앞장서 열 것으로 주목받아온 ‘카카오 카풀’이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또 다시 불발(不發)됐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13일 더불어민주당 카풀·택시태스크포스(TF)를 찾아가 17일로 잡았던 카풀 서비스 정식 출시를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난 7일 시범 운영에 들어간 지 6일 만이다. 지난 10일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기사의 분신으로 상황이 꼬이긴 했지만, 결국 정치권이 발목을 잡았다. 카카오 입장이 나온 직후 전현희 민주당 TF 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카카오가 택시 단체와 상생 방안을 찾기 위한 대화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같은 날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박홍근 위원장은 택시 사납금 제도 폐지 등 택시기사 요구를 반영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택시업계를 의식한 포퓰리즘이 카풀 유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은 지난 4월 이후 택시업계와 카풀 논의를 계속해왔지만 줄곧 기존 산업 논리에 끌려다녔다. 정치권 개입은 택시업계 기대감만 더 키웠을 뿐이다. 정부도 법인택시 월급제 도입, 개인택시 면허반납 보상금 확대 등을 담은 택시산업 지원 방안을 챙기고 있다. 차량 공유는 미국·유럽은 물론, 동남아에서까지 일상 서비스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유독 한국에서만 제동이 걸려 있다. 혁신으로 가는 길에 기득권의 저항은 변수 아닌 상수다. 과도기 혼란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파괴적 혁신을 추동하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다른 나라도 신·구 산업간 갈등을 딛고 지금에 이른 것이다.

4차 산업혁명기에는 신산업·신기술 경쟁의 성패가 국운(國運)을 가른다. 나라 전체에 새로운 피가 힘차게 돌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하지만 카카오 카풀에서 보듯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는 노력의 싹부터 짓밟는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인터넷 포털 다음 공동창업자 입에서 “스타트업 규제를 보면 구한말 쇄국정책 같은 느낌”이란 말까지 나오겠는가. 정부가 우선 고려할 것은 미래 가치와 국민 편익이고, 먼저 할 일은 흥정 아닌 결단이다.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세상 물정 모르고 있다가 역사적 대전환에 낙오해 식민지로 전락한 구한말 역사를 되풀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