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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전국부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물 건너가며 그의 답방 환영을 둘러싼 논란도 해를 넘기게 됐다.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그의 답방을 환영하는 단체들이 극성을 떨고 있다. 김 위원장을 ‘위인’이라 부르는 ‘위인맞이환영단’은 “김 위원장이 보여주신 대담함과 솔직함, 평화번영 통일에 대한 의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김 위원장을 왜 위인으로 보게 됐는지와 그의 서울 방문을 뜨겁게 환영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꽃물결대학생실천단’은 대학 강의실을 찾아다니며 “큰 환대를 보여줘야 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백두칭송위원회’는 답방 환영 분위기를 띄우는 연설대회와 예술공연을 하며 모금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백두수호대’는 김 위원장 답방을 반대하는 보수 인사의 사무실 앞에서 협박성 시위를 하거나 섬뜩한 경고 이메일을 보냈다. ‘백두’는 김 위원장 일가를 신격화하는 표현이다.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남측에서 ‘절세 위인’의 서울 방문을 학수고대하는 ‘장군님 열풍’이 불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든 국민이 쌍수로 환영해 줄 거라 믿는다”고 말하고, 공영방송 KBS에서 “나는 공산당이 좋다”는 위인맞이환영단 단장의 인터뷰를 여과 없이 방송하는가 하면 교육방송 EBS의 자회사에서 김 위원장을 ‘세계 최연소 지도자’로 소개하며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지도자로 묘사하는 인형을 판매하는 판이니, 이들에게 국가보안법(찬양·고무죄)이나 협박죄가 안중에 있기나 하겠는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쌍수를 들어 환영하진 못하지만 반대할 이유가 없다. 실제 김 위원장 서울 답방에 대해 ‘환영’이란 답변이 ‘반대’라는 응답보다 배가량으로 많은 여론조사도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 환영 분위기는 맹목적 찬양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Rhetoric)에서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로고스(logos), 파토스(pathos), 에토스(ethos) 등 3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서울 방문 환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찬양이 아니라 설득의 3원칙을 충족시켜야 한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쓴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따르면 북한은 1950년대 말부터 원자폭탄 개발을 추진했다. 그런 북한이 먹고살기 힘드니까 비핵화를 지렛대로 경제 제재 해제와 남한의 지원을 얻기 위해 협상에 나선 것이지, 핵폭탄을 포기할 의향은 전혀 없다는 의구심이 많다. 김 위원장은 이런 의심을 논리적(logos)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문 대통령 손을 잡고 군사 경계선을 넘는 깜짝 쇼를 선보였듯이 서울 답방에서도 현충원 참배 등 가슴 뭉클한 감동적인(pathos)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은 진정성(ethos)으로 승부해야 한다. 풍계리 핵 실험장 해체 등 변죽만 울리지 말고 전 세계를 향해 비핵화를 천명하고, 핵폭탄과 핵 물질을 신고·폐기하는 실질적 조치를 취해 신뢰감을 얻어야 한다. 적어도 답방 전에 3가지 중 하나는 하는 것이 서울을 처음 찾는 객(客)으로서의 예의다.

y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