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업계 반발에 “의견 경청”
서비스 정식 출시는 미뤘지만
사업 제한 커지면 메리트 잃어
현행안보다 후퇴는 쉽지 않아

정식 서비스 시점을 뒤로 미룬 카카오 카풀(Car Pool·승용차 함께 타기)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택시 단체들은 카풀 서비스 시행 자체를 반대하며 반발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카카오는 “다양한 의견을 더욱 경청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면서도, ‘일 운행 2회 제한’ 등을 담은 현행 안에서 더 후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두 업계에 합의를 촉구하는 것 외에 다른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택시업계는 현재 카풀 서비스를 불허 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카풀 시행을 전제로 협의에 나서지 않고, 서비스 시행 자체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4개 택시 단체는 서울 국회 앞에 카풀 서비스 시행에 반대하며 분신한 택시기사 최 모(57) 씨의 분향소를 차리고 무기한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아울러 20일에는 국회 앞에서 10만 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카카오는 난감해하고 있다.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에 우선 17일 시작하기로 했던 카풀 정식 서비스를 뒤로 미뤘다. 카카오는 전날 “택시 기사님들은 물론 이용자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더욱 경청하고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17일 이후의 시작 시점을 밝히지 않았는데, 카카오 내부에서는 일단 연내 출시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풀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더 물러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현행법에는 ‘출퇴근 시간’ 때에 카풀 서비스가 가능하게 돼 있고, 횟수 제한도 없다. 이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출퇴근하는 사람에게는 횟수제한 없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정부·정치권 등의 요구를 반영해 ‘출근 시 1회, 퇴근 시 1회’ 서비스를 한다는 의미로 하루 두 번으로 횟수 제한을 했다. 만약, 여기서 더 나아가 횟수를 1회로 줄이고 운행 시간마저 제한하면 사실상 ‘반쪽 서비스’가 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대폭 후퇴된 안을 받아들이면서까지 서비스를 시작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업계가 대립 중인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은 보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카풀·택시 태스크포스(TF)는 양 업계에 택시 업계의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20일 전에 “합의를 하라”는 촉구만 하고 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