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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 중의 하나는 ‘낮 꿈을 꾸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류 역사는 ‘낮 꿈의 역사’이기도 하다. 역사에서 일어난 새로운 변화는 ‘낮 꿈 꾸는 이들’이 있어 가능했다.”(19쪽)

철학자 강남순 미국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원 교수의 성찰적 산문집 ‘매니큐어 하는 남자’(한길사)의 첫 장을 여는 문장이다. 책은 강 교수가 여러 매체에 쓴 글 60여 편을 묶은 것이다. 각자 다른 맥락에서 쓰인 글이지만 글의 전체적인 방향과 지향점은 첫 문장에 나오는 ‘낮 꿈 꾸는 존재’로 흘러간다.

“밤 꿈은 우리의 의지나 계획과 상관없이 구성돼 통제 너머에 있는 반면, ‘낮 꿈’은 자신의 삶에서 어떤 미래를 보고자 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과 방향이 달라진다. 그래서 낮 꿈을 꾸는 것은 사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저자는 지금은 없지만 다가올 미래에는 있어야 할 그 ‘어떤 것’을 생각하는 이들은 개인적·집단적인 낮 꿈을 꾼다고 했다. 그래서 낮 꿈은 ‘이미(already)의 세계와 아직 아닌(not yet) 세계’ 사이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보다 나은 세계에 대한 희망의 낮 꿈을 이야기한다. 이 희망의 낮 꿈은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이 상호 연관된 존재라는 인식으로 구성된다. 이는 현재와 미래가 연결돼 있다는 인식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누군가 배제되고 차별받는다면, 그 배제와 차별의 피해는 결국 나의 삶과도 연결된다는 의식이라고 했다. “나의 삶은 너의 삶과 연결돼 있으며, 살아감이란 결국 함께- 살아감”이기 때문이다. 강의실에서, 아침 산책길에서, 한국 지하철에서, 세계 곳곳을 향하는 비행기 속에서 좋은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풀어내는 책은 결국 우리에게 묻는다. “그대는 지금 어떤 낮 꿈을 꾸고 있는가.” 316쪽, 1만7000원.

최현미 기자 ch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