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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힐 前 美차관보

“싱가포르 회담 이후 6개월간
아무 일 안 생기고 되레 악화”

“文대통령, 남북 긴장완화 기여
비핵화보다 너무 빠른 건 문제”

크리스토퍼 힐(사진)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북한 핵무기는 방어용이 아닌 주한미군 감축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남북 긴장 완화 효과가 있지만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을 잊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12일 힐 전 차관보는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계속해서 직접 공격 능력을 통해 우리(미국)를 위협하면, 미국이 어느 정도 한국 주둔병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본다”며 “북핵의 목적은 미국의 침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미군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연내 평화협정 체결 추진과 관련해 “평화협정이 있다면, 군이 거기(한반도)에 있을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북한이 핵시설 리스트를 전달할 경우 공격목표를 알려주게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북한은 이미 2007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핵시설 리스트를 전달한 바 있다”며 “이후 추가된 부분이 있겠지만 미국이 북한의 주요 핵시설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도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핵시설 신고는 자체적인 시설 파악의 의미라기보다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특히 힐 전 차관보는 “문 대통령은 (남북 긴장의) 온도를 낮추고,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남북 구조를 만들었다”며 “그러나 문제는 비핵화보다 너무 빠른 속도로 나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때까지 북한과 정상적 관계를 갖지 않을 것이라는 한국 사람들의 시각을 없앤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 “매우 강력한 제재의 조합”을 제시했다. 그는 “단계적인 (제재) 조치를 통해 그들(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미국이 그들의 삶을 힘들게 만들 방법을 단호하게 찾고 있다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며 “강력한 제재를 (추가로) 가하고 이후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단계적으로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힐 전 차관보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6개월간 거의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고 심지어 더욱 나빠졌다”며 “유일하게 확실한 결과는 북·중 관계가 지난 8년 중에서 가장 좋아졌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힐 차관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당시 주한 미국대사와 북핵 관련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 등을 지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