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농촌진흥청의 기능성을 강화한 쌀 품종 연구·개발은 쌀의 활용도를 높여 고부가가치 식품산업 원료로서의 역할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자료사진

- 농진청, 품종개량 넘어 ‘기능성 쌀’ 개발 박차

‘눈큰흑찰’속 가바 성분 월등
체중감소·혈압저하 임상확인
‘조생흑찰’헬리코박터균 제거
‘흑진미’안토시아닌 다량함유

식의약품 원료화 가능성 높아
부가가치 높이고 수출길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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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진화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한국인의 주식이라는 전통적 역할에서 벗어나 우리의 건강을 지키고 식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원료로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오랜 시간 개발한 다양한 기능성 쌀은 그 모양과 색깔, 영양도 가지각색이다. 최근 쌀 산업은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와 유통 등 연관 산업을 포함한 가치사슬의 관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밥쌀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성 쌀이 등장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농진청은 여러 품종 개발과 가공을 통해 쌀의 부가 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13일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쌀 소비를 확대하고 우리 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밥맛 좋은 쌀, 가공식품 만들기 좋은 쌀, 기능 성분을 높인 쌀 등을 개발해 보급했다. 농진청에서 개발한 ‘고품’ ‘삼광’ ‘호품’은 일본 등 외국의 품종보다 밥맛이 더 월등한 것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우수하다. 이뿐만 아니라 산업용 소재로 다양하게 활용되는 가공용 쌀도 다양한 품종이 지속적으로 개발돼 이전까지 전통주 중심이던 쌀 가공제품 종류도 확대되고 있다.

농진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고도의 기능성을 갖춘 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는 기능성이 복합적으로 함유된 품종을 개발해 부가 가치를 높이고 있다. 농진청이 개발한 ‘흑진미’는 검정 쌀과 붉은 쌀의 기능성을 함께 가진 품종이다. 흑진미는 검정 쌀의 대표 기능 성분인 안토시아닌과 붉은 쌀의 대표 기능 성분인 폴리페놀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 품종은 올해부터 농가에 보급됐는데, 안토시아닌 함량은 100g당 60.2㎎으로 대비 품종인 ‘보석흑찰’과 비슷하고, 폴리페놀 함량은 100g당 13.3㎎,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100g당 3.18㎎ 으로 다른 대비품목보다 2배 정도 더 많이 들어 있다.

또 다른 기능성 쌀인 ‘눈큰흑찰’은 그 이름처럼 쌀눈이 다른 품종보다 3배 정도 큰 검정 거대 쌀눈 쌀이다. 눈큰흑찰 현미는 혈압 조절에 효과가 있는 ‘가바(GABA)’가 일반 쌀보다 8배 이상 들어 있다. 실제로 쥐를 통해 실험한 결과 눈큰흑찰 쌀을 먹인 쥐는 사료와 일반미를 먹인 쥐에 비해 체지방이 9.3%, 간 무게도 1.7%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인슐린 농도와 중성지질 함량도 낮았다. 큰눈흑찰은 실제 임상실험에서도 놀라운 결과를 나타냈다. 하루 한 끼 눈큰흑찰 선식을 3개월 동안 먹은 사람은 먹기 전과 비교해 체중은 1.5㎏, 총 지방은 0.9㎏, 열량 섭취는 368㎉ 감소하고, 혈압도 낮아졌다. 이처럼 성인병에 큰 효과를 나타내는 눈큰흑찰은 다양한 기능성 식의약품 개발의 원료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

한편 ‘흑광벼’는 흑색 소립종으로 안토시아닌 C3G(Cyanidin-3-glucoside)성분이 고함유(532PPM)돼 색과 빛깔이 우수하다. ‘조생흑찰’은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고, ‘홍국쌀’은 상주찰벼에 붉은 누룩곰팡이인 홍국균을 접종해 발효한 쌀로, 홍국의 주요 기능 성분인 ‘모나콜린K’는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해로운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의약용 품종으로는 음주 욕구를 억제하는 알코올의존증 치료 쌀, 비타민·예방백신 등을 밥으로 섭취할 수 있는 쌀, 특정 질환 환자용 맞춤형 쌀 등이 수요에 맞춰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의료용 쌀의 경우는 부가 가치가 월등히 높아 농가 소득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이처럼 쌀은 배를 불리는 것에서 맛을 느끼는 것으로, 이제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재료로 진화하고 있다. 농진청은 이런 추세에 따라 쌀 산업을 가치사슬의 통합적 관점으로 인식, 다양한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개발한 기능성 쌀을 건강 기능성 식품으로 개발, 시장 규모가 크고 수요가 있는 해외로 수출하는 전략도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향후 원천기술의 확보와 신속한 사업화가 관건이기에, 농진청·대학·기업이 협업해 상품을 개발하는 노하우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또 우리나라의 높은 쌀 기술 수준은 아프리카 등의 저개발 국가에 원조 아이템으로 활용돼 해당 지역 주민들을 영양실조와 질병에서 구제할 수도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쌀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연구, 소비자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기능성, 가공용 쌀 연구에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