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에 시중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부스가 줄지어 서 있다. 늘어나는 ATM 운영 적자는 은행들의 수익성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 (上) ‘수익성 한계’ 도달했나

올 9월까지 순익 12조4000억
내년엔 9조8000억으로 급감
가계·기업대출 상승폭은 줄고
대출자산 부실화 우려는 커져
개인사업자 등 연체율 상승세

“새로운 인수합병 기회 모색에
빅데이터 정비하고 인재 확보”

최근 국내 은행들이 경기 하강 국면 속에서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자 ‘이자 장사로 돈을 벌었다’는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경쟁적으로 내부 조직 효율화를 극대화하고 글로벌 영업에서 상당한 성과를 얻어낸 것 등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좀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더구나 은행들의 수익성은 곧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위기 국면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본지는 상·하 기획시리즈를 통해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 한계와 디지털화 전략을 조명할 계획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국내 은행들이 내년 목표실적을 대폭 낮추는 등 경영전략을 보수적으로 짜고 있다. 장기화하는 경기 침체와 더불어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 부실이 커질 수 있고, 잇단 대출 규제로 가계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아서다. 대다수 은행은 성장 목표를 명목 경제성장률 수준으로 낮춰 잡고 있지만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열린 ‘2019년 경제 및 금융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도 은행 당기순이익이 9조8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많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분기(1∼9월)까지 국내 19개 은행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2조4000억 원이다. 이는 3분기 누적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3조1000억 원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가 내년부턴 꺾일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 11일 내놓은 ‘2019 산업 신용 전망’에 따르면 내년 은행 사업 환경은 경기둔화 우려가 큰 가운데 부동산 및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자산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정책목표를 고려할 때 가계대출을 중심으로한 여신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업대출도 경기둔화 우려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수출기업의 영업환경 악화로 확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 국내은행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증가율은 올해 전망치 4.39%, 4.81%보다 낮은 2.70%, 4.74%로 예상했다.

실제 시중 은행들은 내년도 대출자산 성장률 목표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 등 국내 6개 은행이 잠정적으로 세운 내년도 대출자산 성장률 목표치는 3.3∼6.0%다. 작년 말 세운 올해 대출자산의 목표 성장률(6∼8%)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일부 은행은 내년에는 명목성장률 정도만 대출 자산을 늘려도 성공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경기둔화와 금리상승에 따라 대출자산의 부실화 우려는 이전보다 커졌다. 2금융권에 비해 은행권 차주는 신용도와 담보가 안정적이라 급격한 부실화 가능성은 작지만 상승세인 연체율은 은행들에 대손충당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대출도 자동차 업종에서 전 분야로 회의적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 연구위원 “20개 산업업종의 내년 산업전망을 살펴본 결과 사업환경이 ‘비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해 ‘우호적’으로 꼽혔던 반도체·정유·석유화학의 내년 사업환경이 ‘중립적’으로 바뀌면서 내년에 사업환경이 ‘우호적’인 업종은 한 곳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체율은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85%, 가계대출 연체율은 0.27%로 전월 말보다 각각 0.06%포인트, 0.01%포인트 올랐다. 경기에 민감한 중소기업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각각 0.08%포인트, 0.04%포인트 오른 0.64%, 0.38%로 상승 폭이 더 컸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은 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내수경기 둔화 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야 한다”며 “현재 신흥국에 진출한 은행의 법인과 지점 리스크를 점검하고 새로운 인수·합병(M&A)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함께 향후 핵심 경쟁력이 될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 능력을 키우기 위한 데이터 정비, 전문인력 확보도 강조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