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도적 지원에 곱잖은 시선
北도 협상 않고 자력갱생 강조

미국이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서 대북제재를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고 이에 맞서 북한이 미국 대화 제의에 답변하지 않은 채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한국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 예산 800만 달러(약 90억1800만 원)의 집행이 2년째 해를 넘길 전망이다.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에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 개선”이란 방향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12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가 불과 19일 남은 현재까지도 대북 인도적 지원 예산 800만 달러의 집행 계획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의 이 같은 집행 결정 지연은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 교착 등 대화의 진척이 없는 분위기와 관계가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 10월쯤 800만 달러 집행이란 내부 방침을 결정했다 이를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이달 들어 미 국무부가 “북한 정권이 핵과 무기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자금과 재원을 (주민용으로) 돌린다면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대북 지원 비용으로 요청한 1억1100만 달러(1251억 원)를 완전히 충당할 수 있다”고 압박 수위를 높여 정부의 800만 달러 집행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 여기에 북한도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따른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어 한국의 인도적 지원금 집행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9월 21일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고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 재원으로 유엔 산하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에도 통일부 관계자는 “연내(2017년 내) 집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지만, 당시 북한의 계속되는 핵·탄도미사일 도발 국면에 따라 집행이 미뤄졌다. 올 초부터 남북 대화 국면이 형성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역사적인 첫 미·북 정상회담도 성사돼 800만 달러의 집행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 개선의 방향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