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당량 정해주고 강제 고용
혈세 들여 일자리 부풀리기

“月 160만원 받고 단순 업무
별로 하는 게 없어” 헛웃음만

정부가 일자리 안정화를 명목으로 공공기관 단기 근로를 대폭 늘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필요성을 납득하기 어려운 ‘일자리 부풀리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중앙정부의 독려에 만들어낸 일자리는 기존 일자리와 비슷한 중복 일자리거나 알바(아르바이트) 수준의 단기 일자리에 그치고 있다.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뽑을 사람도 없는 엉터리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가 하면 일부 기관들은 일자리 예산을 소진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인천의 한 전통시장에서 두 달간 야간 안전지킴이로 일하게 된 A 씨는 주 2회 16시간씩 근무하면서 월 85만4400원을 받는다. A 씨의 업무는 시설 안전과 보안시설 등의 확인, 시장 내 야간순찰, 화재 예방 등으로 돼 있지만 업무와 관련한 별도의 교육은 받지 않았다. A 씨는 12일 “교육을 안 받았어도 딱히 일이 어렵지도 않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나라에서 예산을 내려보내면서 최대 4명까지 뽑으라고 할당량을 정해 줘 처음으로 만든 자리”라며 “시킬 일이 딱히 없는데 할당량까지 내려와 자리를 만든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보통 상반기·하반기 때마다 공공기관에서 채용하는 체험형 인턴 역시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 지방 공기업 B의 한 사무실에서는 지난 8월부터 근무를 시작해 곧 계약이 종료되는 체험형 인턴이 근무 중이다. 주 5회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고 월 160만 원을 받고 있지만, 복사와 인쇄 자료 취합 등 단순 업무만 하고 있다. 복잡한 업무라고 해봐야 현수막 제작 주문 정도다. 근무 시간 대부분을 개인 취업 준비에 쏟다가 퇴근한다. 이곳 관계자는 “인턴에게 최근 계약 종료를 앞둔 소감을 물었더니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전국 29개 국립공원별로 산불감시와 청소, 해상공원 쓰레기 수거를 위해 총 700명의 단기인력을 고용했다.

현재 각 공공기관에서 채용이 진행 중인 겨울방학 단기 아르바이트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하는 일도 없이 쉽게 용돈을 번다며 인기가 높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당첨되는 사람이 공짜로 돈 버는 것”이라며 회원들에게 지원을 권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 근로의 확대는 돈 들어갈 때만 일자리가 있는 전형적인 공중전화식 일자리 정책”이라며 “실질적인 고용안정 효과 없이 예산만 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재규·지건태·윤명진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