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강릉발 서울행 KTX 열차 탈선 사고를 두고도, 문재인 대통령의 위험한 인식 일단(一端)이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10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철도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고강도 대책’ 마련과 함께 “혹시라도 승객 안전보다 기관의 이윤과 성과를 앞세운 결과가 아닌지 철저히 살펴보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무능 코드 인사’로 인한 기강 해이가 도(度)를 넘었고, 그것이 사고의 핵심 원인이라는 사실이 거듭 확인되는데도, 엉뚱하게 ‘성과 추구’ 탓일 개연성을 제기한 셈이다.

시장경제체제에서 이윤과 성과 추구는 모든 기업의 기본이다. 공기업도 본질적으로 마찬가지다. ‘신의 직장’ 오명이 말해주듯 방만 경영과 비효율이 심각하기에 더욱 그렇다. 경쟁과 효율 없이는 공공성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허울일 뿐이다. 그런데도 좌파 노동계에선 경쟁을 통한 성과 추구를 죄악시해왔다. 철도 업무 경험이 없으면서 낙하산으로 임명된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11일 사퇴하긴 했으나, 지난 2월 취임하자마자 노조 요구대로 SRT와의 경쟁 체제 허물기 등에 나선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그러느라 안전 관리는 도외시하다시피 했다. 그러고도 그는 사고의 근본 원인을 “과도한 경영 합리화와 민영화”라고 강변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좌파 노동계의 빗나간 논리와 억지 주장을 좇아서는 국민 안전(安全)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안전권을 국민 기본권으로 천명한 정부로서 국민께 송구하고 부끄러운 사고”라면서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책임조차 지적하지 않았다. 2020년 총선 출마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부터 그런 식이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