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와 악재가 겹쳤다.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8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오전에 터진 이태양(전 NC)과 문우람(전 넥센)의 ‘승부조작 폭로’로 어수선했다. 10개 구단과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들은 승부조작 폭로가 가져올 파장을 우려한 듯 긴장한 표정이었고, 귓속말을 주고받는 장면이 목격됐다. 축하하기 위해 시상식을 찾아온 팬들의 얼굴에선 실망감이 느껴졌다. 딸과 함께 왔다는 박지영 씨는 “좋아하는 선수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오늘 아침까지 들떠있었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불미스러운 일(승부조작 폭로)이 터져 찝찝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8개 부문에서 10명이 골든글러브의 영예를 누렸다. 그러나 가장 많은 주목을 끈 건 클린베이스볼을 수상한 이영하(두산)였다. 그는 지난 4월 브로커의 승부조작 제안을 거절하고 구단에 신고했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김재환(두산)은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그러나 그는 시상대에서 활짝 웃지 못했다. 승부조작 폭로 불똥이 순식간에 야구계 전반의 도덕성 문제로 확대되면서 김재환의 ‘약물 전력’에 시선이 몰렸기 때문. 김재환은 2011년 10월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됐다.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강원 강릉시에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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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김경현 씨는 “승부조작 의혹이 이는 가운데 김재환 선수가 상을 받아 프로야구 자체의 신뢰성에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그래서 이영하 선수가 더욱 돋보였다”고 말했다.

이태양과 문우람은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선수의 실명을 언급하며 승부조작 전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올 시즌 세이브 1위로 투수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정우람(한화)도 포함됐다. 그러나 정우람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고 “잔치 분위기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면서 시상식에 불참했다.

프로야구에 팬들의 지탄이 쏟아지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논란으로 금메달은 빛을 잃었다. 그리고 승부조작 폭로가 골든글러브보다 더욱 주목받았다. 대표 선발 논란에 KBO가 갈팡질팡하면서 선동열 전 대표팀 감독이 사퇴하는 등 파문이 커졌다. 이번 승부조작 폭로 역시 마찬가지다. KBO 차원에서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게 되고 팬들의 실망감은 산처럼 쌓이게 된다.

김성훈 체육부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