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화웨이 사태’ 불똥… 中불매운동에 타격

멍파이 그룹 “구매자 불이익”
매출 끌어내릴 기폭제 전망

중국 화웨이 부회장 체포로 고조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애플 아이폰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중국에서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지면서 애플의 중국 매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1일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화웨이 창업주인 런정페이(任正非)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지난 1일 체포된 후 중국 선전(深)의 멍파이(夢派)기술그룹은 사내 지침을 내려 애플 아이폰을 사는 직원들에게 상여금을 깎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화웨이나 ZTE 등 중국산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직원들에게는 제품 가격의 15%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덧붙였다. 회사 제품을 설계할 때는 화웨이가 제조한 반도체를 우선 적용하고, 회사 내에서 사용하는 컴퓨터나 차량 등은 미국산 제품을 쓰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정책이 경영진과 직원들의 합의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앞으로 3년간 이 규정이 유효할 것이라고 전했다. 멍파이기술그룹 외에도 청두(成都), 후난(湖南), 산시(陝西) 등 중국 전역에서 이 같은 ‘화웨이 지지 운동’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 사태’가 애플 아이폰의 중국 매출을 끌어내릴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7일 “중국의 부정적인 상황 때문에 아이폰 판매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아이폰 글로벌 판매량을 2억1300만 대에서 2억 대로 하향 조정하면서 애플 목표주가를 253달러에서 236달러로 낮췄다. 내년 예상 주당순이익(EPS)도 기존 14.18달러에서 13.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점유율 7.4%로 5위를 차지했다. 최근 아이폰의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애플 실적은 반등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아이폰 XS 시리즈 등 신작의 부진에 이어 화웨이 사태로 애플의 중국 매출이 급감하면서 내년 실적이 휘청거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애플의 중국 주요 부품 생산기지가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어 공급관리체계가 흔들리는 변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에 미·중 무역 분쟁이 가장 불확실성이 큰 악재로 떠올랐다”며 “고가 정책 탓에 소비자가 신제품을 외면한 데 이어 미·중 무역 분쟁 보복 대상에 오르내릴 경우 내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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